나무는 대지에서 자라면서
종종 대지를 배운다.
대지를 배운 나무는
저도 생명의 품이 된다.
버섯 둘이 그 품에 깃들었다.
대지에서 자란 나무가
종종 대지가 된다.
그리고 또다른 이야기 하나.
남한산성 동문 옆,
장경사로 올라가는 길가에
나무 한그루가 살았어요.
바로 발아래로 길이 흐르고,
목을 좀 길게 빼면
길 건너로 흐르는 물도 보였죠.
길가에 살아 다른 나무들과 달리
지나는 사람들과 차들을 구경하며
하루를 심심치 않게 보낼 수 있었어요.
숲속 깊은 곳의 나무들은
하루 종일 하늘만 쳐다보며 살다가
가끔 놀러오는 새나 바람과 친구를 삼는다고 했어요.
길가의 나무는 하나 둘, 나뭇잎을 손가락 삼아 꼽아가며
오늘 길을 올라간 사람들의 숫자를 세어보곤 했어요.
시간을 보내는 데는 딱이었죠.
물론 사람들은 전혀 알 수가 없었어요.
어느 나뭇잎을 꼽았는지 말예요.
오직 그건 나무만이 알 수 있었죠.
가을엔 아예 나뭇잎을 떨어뜨려
지나는 사람들의 어깨를 툭툭 치며 지분거리기도 했어요.
길가의 계곡은 항상 물이 많은 것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물이 허리를 비틀며
바위를 요리조리 피해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것을 보는 것도
큰재미의 하나였지요.
물소리에 귀를 적시고 잠드는 밤은 아주 달콤했어요.
마치 들으면 마음이 맑아지는 음악을 켜놓고 잠이 든 기분이랄까.
하지만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도
이상하게 무엇인가 가슴 한켠이 빈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그건 그냥 마음의 느낌만은 아니었어요.
어느 날 옹이가 쑥 빠지면서
마음이 비어있던 자리에서 몸마저 비워지고 말았거든요.
빠져나간 옹이의 자리엔 바람만 가득찼어요.
이상하죠.
바람은 아무리 가득 채워도 가득차질 않고
몸만 더욱 시리게 만들어요.
그러다 어느 날, 그 빈자리를 두들긴 두 손님이 있었죠.
버섯돌이였어요.
그때부터 그 자리는 버섯돌이의 자리가 되었어요.
이상하죠.
둘이 나무의 품에 자리하고 난 뒤로,
가슴한켠이 빈듯했던 그 상실감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사라져 버렸어요.
나무는 요즘은 길을 오가는 사람들을 세지 않아요.
자신의 온몸으로 젖을 물린 버섯 두 개를 안고 있노라면
세상을 모두 다 안은 느낌이거든요.
지나는 사람들이 많아 결코 외롭지 않을 것만 같은 곳에 살아도
전혀 채워지지 않던 나무의 가슴이
요즘은 작은 버섯 두 개로 그득 차 있어요.
이제 인간들이 그렇게 지지고 볶으면서도
결혼해서 애낳고 살아가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았어요.
2 thoughts on “나무와 버섯”
제가 한 때 별명이 버섯돌이였던 적이 있습죠..ㅋㅋ
초딩말인지 중딩때인지 수두를 앓게 되었는데
머리를 감으면 안된다고 해서 엄마가 떠주신 털모자를 쓰고 다녔거든요.ㅋ
오늘은 나뭇잎 떨어뜨려 어깨를 툭툭 치며 지분거리는 나무들이랑
놀고 싶은 마음 가득한 하늘입니다…ㅎㅎ
흠..흠… 요 사진은요…. 사실…..
건너집 사진보다 마음에 들어요..
요런거 티안나게 살짝쿵 말해야 하는건디… *^^*
그런 거 말하심 큰일나는데.. ㅋㅋ
일주일에 한번은 산에 가서 다섯 시간은 있다가 와야 사는 것 같은 것이라고 누가 말하던데 정말 집안에서 일주일 동안 꼼짝도 안하고 있는 거 같아요. 으, 놀러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