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선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10월 20일 집에서

컴퓨터가 망가졌다.
이번으로 벌써 3대째이다.
내 동생 얘기를 들으니
모두 보상 판매로 산 제품들이란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구형 맥을 신형 맥으로 교환하면서
절반 값에 판매한 적이 있었다.
모두 그때 장만한 제품들이다.
공교롭게 하나같이 똑같은 증상을 보이며 뻗어버렸다.
모두 파워가 나간 것.
수리비도 똑같다.
컴퓨터는 수리를 받으러 가면서
그 동안 등에 꼽고 있던 선을 모두 토해 내었다.
전기선이 1개, 전화선이 1개,
이더넷 라인이 1개,
화이어와이어 선이 4개, USB 선이 5개,
모니터 선이 2개(컴퓨터 한 대에 모니터 두 대가 물려있다),
그리고 스피커과 마이크 선이 4개 물려있다.
뽑아놓고 보니 어지럽기 이를데 없다.
실제로 선은 이보다 더 많다.
선이 선으로 연결되며 꼬리를 치기 때문이다.
외장 하드 4개, 외장 DVD 라이터, UBS 화상 카메라,
외장 USB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 네트웍 허브,
카메라의 컴팩트 디스크를 읽어내는 리더기,
모니터 두 대, 키보드, 마우스가
모두 컴퓨터의 바깥에서 선으로 맥에 연결되어 있다.
컴퓨터를 수리해 가지고 오자
선들이 컴퓨터의 등을 더듬어 자신의 연결 포트를 찾아내고
일제히 자리를 잡는다.
컴퓨터는 전기선을 통해 우유빨듯 전기를 빨아들이고,
수많은 선으로 연결된 하드 드라이브나 카드 리더기를 통해
온갖 데이터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뽑혀있던 선을 연결하면서 이 기계가 기계가 아니라
마치 생명체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영양을 공급하는 탯줄을 꼽는 느낌이다.
언젠가 몇년 동안 쓰던 맥을 중고로 팔아먹을 때
마치 정든 사람 보내는 것처럼 서운했던 기억이다.
컴퓨터가 너무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나 보다.
컴퓨터가 없는 사흘 동안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듯한 느낌이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10월 20일 집에서

8 thoughts on “컴퓨터와 선

    1. 27인치 새 아이맥이 옛날 24인치보다 싸졌어요.
      사양도 좋구…
      얇아서 들고 다니며 노트북으로 써도 될 거 같어요.
      해킨도 기웃거려 봤는데 맥은 역시 맥을 써야 정신 건강에 좋은 거 같아요.
      다들 지름신이 강림하사 큰일들 났어요.

  1. 좋은 사이트 계속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용하게 잘 쓸게요.
    저도 도움을 좀 드려야하는데.. 뭐 아는것도 없고….

  2. 저도 같은 마음.
    처음 노트북으로 샀던 토시바는 미련없이 버렸는데,
    모니터가 부러져버린 제 Powerbook G4는 버리기 아까워서
    책상에 잘 모셔놓고 있네요.
    컴퓨터의 많은 선들중, 이제 점차 무선이 되고 있어서 책상 뒤에가 조금은
    깔끔해지고 있는게 좋은 것 같아요. 지금은 로지텍 무선 마우스를 쓰는데
    밧데리 소비가 너무 심해서 새 애플 마우스 하나 (실은 두 개)사려구요.

    밧데리 하나 쓰는 마우스가 세 개쓰는 애플 키보드보다 두 배는 빨리 죽어버려요.
    거의 2주에 밧데리 하나씩 갈아주는 듯..

    동원님이랑 저한테 27인치 imac 하나씩 당첨되는 이벤트 같은 거 생기면 좋을텐데요. =)

    1. 너무 발전 속도가 빨라 어지럽기는 해요.
      제꺼는 파워맥이라 이제 스노우 레오파드로는 업글도 안되거든요.
      아무래도 이번에는 일거리 큰거 하나 들어오면
      새로 맥을 장만해야 할 듯.

  3. 사무실 한번 옮기려면 정말 선 정리가 한걱정이에요..
    그래서 관리비 올려주면서도 이사를 가지 않고 버티고 있답니다..ㅋ
    창고에 7100, 7200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버리질 못하겠어요. 그놈의 정이 뭔지….ㅎㅎ

    1. 이상하게 PC는 정이 안드는데
      맥은 끈적끈적하게 정이 들어서…
      8500 팔 때 정말 보내기 싫더라구요.
      그거 2년 할부로 산 거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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