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오토바이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10월 18일 서울 명륜동에서


성균관 대학교 들어가는 길목의 사거리,
신호등 바뀌길 기다리며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서 있다.
오토바이는 빠르고, 자전거는 느릴 것이다.
생각해 보면 느린 자전거가 더 서둘러야 하고,
빠른 오토바이는 여유가 있을 것 같은데
실상은 그 반대이다.
느린 자전거는 느긋하고,
빠른 오토바이는 연신 액셀레이터를 밟아대며
조급함으로 부릉부릉 거린다.
신호등이 바뀌면 단 0.1초도 허비하지 않고 튀어나갈 태세이다.
속도란 이상하다.
빠른 것에 편승하면 더 많은 여유가 생길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 반대이다.
느린 것에 편승했을 때 오히려 더 여유롭고
빠른 것에 편승하면 더 빨리가려 한다.
우리는 느릴 때는 여유롭지만
빨라지면 그때부터 더 빨라지려 한다.
소유도 이와 같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생각과 달리 없을 때 여유롭고
많이 가질수록 더 소유에 목을 메며 여유가 없어진다.
살면서 그런 경우를 많이 본다.
모든 것을 버리고,
심지어 마음까지 버리고 자신을 비우라는 선사들의 말씀은
그러고 보면 소유의 속도를 버리란 얘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무엇을 소유한다는 것은 별로 큰 문제가 아니지만
소유의 속도에 올라탔다면
그때부터 우리의 마음은 급해지고
그 끝에서 여유를 송두리채 잃어버리고 살아갈 수 있다.
길거리의 자전거과 오토바이,
빠른 오토바이는 부릉부릉 마음이 급했고,
느린 자전거는 그냥 여유있게 서 있었다.

2 thoughts on “자전거와 오토바이

  1. 여유를 부리면 야유를 퍼붓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런 시절을 동경하는 시대가 됐으니
    넥타이 폭만 유행을 타는 것이 아니라
    시대도 돌고 도나 봅니다.

    명륜동 오토바이는 참 착합니다.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네요.
    배운 동네에 있어서 그런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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