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창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10월 30일 서울 창경궁 식물원에서

누군가 당신의 창밖에
꽃을 두고 간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냥 두고 갈 뿐,
누군지 짐작을 못하겠다고 했지요.
처음에는 많이 궁금했지만
오래 되다보니 궁금증도 희석이 되어
요즘은 그러려니 하면서
밖에 놓인 꽃을 보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얘기를 들으면서
고개를 갸우뚱 거렸습니다.
좋으면 좋다고 고백을 할 것이지
왜 꽃만 계속 창밖에 놔두고 가는 거지.
그냥 심장이 콩알만한 용기 없는 녀석이려니 했습니다.
어쩌다 지나칠 일이 있어 지나가다
당신이 말한 그 꽃을 보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꽃이 창밖에 놓여있다고 말했지만
꽃의 앞에 섰더니
꽃은 당신의 창 안으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굳이 그가 당신의 앞에 나서
고백을 하지 않는 이유를 그제서야 알 것 같았습니다.
그는 꽃을 창밖에 놓아두는 것만으로
이미 당신의 마음 속으로 들 수 있었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10월 30일 서울 창경궁 식물원에서

4 thoughts on “꽃과 창

  1. 채금지십쇼. 시그마dp2 가 성능좋은 똑딱인줄 알고 질렀는데… 흑흑…
    완전 개발에 편자인 평생 처음 만져본 수동 카메라라는… 흑흑…

    그래도… 아래 희미한 들국화는 너무 예뻐요. 인화해서 방에 걸어두면
    그대로 향기가 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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