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초록

Photo by Kim Dong Won
2004년 5월 7일 경기도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에서

DSLR 카메라를 산 어느 해,
꽃을 찍겠다고 경기도 가평에 있는 아침고요수목원에 갔었다.
수많은 꽃들과 눈을 맞추고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딱히 그때 눈을 맞추던 꽃 가운데서
눈을 맞출 때의 느낌이 기억나는 꽃이 없다.
한군데 모여있어 더 화려한 느낌이었지만
꽃은 기억에 별다른 느낌을 남기지 못하고
그냥 거리에서 예쁜 여자들을 흘깃 거릴 때처럼
스쳐 지나가 버렸다.

정작 선명하게 기억과 느낌으로 남은 것은 꽃이 아니라
나오는 길에 보았던 밭을 갈고 있던 농부와
차창 옆으로 스치던 산의 초록이었다.
“와, 저 초록좀 봐!”
입에서 절로 찬탄이 신음처럼 샜다.

그날 꽃들은 눈의 망막에 어른거렸고
초록은 가슴을 파고 들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4년 5월 7일 경기도 가평에서

8 thoughts on “꽃과 초록

  1. <저 초록봐> 완전 공감입니다. 아침고요수목원은 안가봤어요. 일부러
    안간것은 아니고, 굳이 발길이 향하질 않아서… 이상하게 입장료 받는 곳은
    점점 더 안가게 되요.

    1. 사람이 너무 찾아서 고요하지도 않고…

      돈안내고 들어가는 방법은 있는데… 축령산 입구에서 산하나 넘어서 들어가면 된다는… ㅋㅋ

    1. 자연이 좀 차분해야지. 이게 뭔가 싶기는 했어요.
      가평은 초여름에 들어서면서부터 초록이 아주 좋아서
      그때쯤 한번씩 나가게 되는 거 같아요.
      북한강따라서 강변으로만 가면 사진찍기에 경치도 좋거든요.
      그러고보니 그쪽도 나가 본지가 오래되었네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