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그림자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7월 22일 우리 집 담벼락에서

늦은 오후로 기울던 햇볕이
마당의 배나무 잎들을 비집고
자꾸만 그 속으로 들어가려 했다.
잎들이 촘촘히 에워싸 햇볕의 걸음을 막았고
걸음을 막은 잎들은
제 뒤로 그림자를 꺼내
담벼락을 모두 진한 그늘로 덮었다.
잎들은 알고 있다.
햇볕의 걸음을 막으면
제 뒤로 그림자를 꺼낼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잎들은 모든 햇볕을 막지는 못했다.
손과 손을 맞잡은 잎들이 잠시 방심하자
조금의 틈이 벌어졌고,
그러자 햇볕은 재빨리 그 틈으로 숨어들어
결국은 담벼락에 하얀 빛으로 어른거렸다.
분명 빛이었지만
그건 빛이 아니라 하얀 그림자 같았다.
하긴 제 모습을 담벼락이나 길바닥에 비치며
그림자 놀이를 하는 게 재미나기는 하다.
그림자를 가질 수 없는 햇볕이
어지간히도 그림자 놀이를 하고 싶었나 보다.
배나무 잎 사이를 파고든 햇볕이
잠시 담벼락에서
하얀 그림자 놀이를 하고 있었다.

10 thoughts on “하얀 그림자

  1. 저는 어제 정말 그림 보러 갔었어요. 예술의 전당 아트페어에…
    동료 한분이 오년전부터 죽기 살기로 밤잠도 안자고 본격적으로 그리거든요.
    그분은 그림에 자신을, 자신의 이야기를 다 쏟아내요.
    전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열정이라 늘… 존경스럽고 부럽고 하지요.

    1. 전 지난 달에 갔다왔는데…
      저도 아는 화가분이 있어서 1년에 몇번은 그림을 보러 가요. 불가사의하게 개인적으로 알고 있으면 그림도 더 잘보이는 거 같아요. 그런 점에서 화가를 개인적으로 많이 알면 알수록 그림 볼 때 아주 좋아요. 아트페어는 다양한 그림들을 만날 수 있어서 그점이 좋더군요. 그림 이야기 쓰시면 보러 갈께요.

  2. 저도 iami님하고 같은 생각했는데..
    동원님은 이것저것 못하시는 게 없구나하고 생각했네요.

    제가 며칠전에 미국에 갔을 때 애플 매직 마우스를 봤는데
    대실망하고 왔네요. 디자인에만 신경을 써서 불편하고, 생각보다
    멀티터치가 예민하지 못해서 잘 안먹히더군요.
    두 개 사러 갔다가 한 개도 안사고 왔네요. 기다렸는데… 실망.

    1. 이거 좋은 정보네요.
      아이맥 살 때 옛날 키보드랑 마이티 마우스 선택할 수 있더라구요.
      맥북에 있는 멀티터치 기능이 편해서 매직마우스가 좋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보군요.
      조만간 아이맥이 하나 생길지도 모르겠어요. 제거는 아니지만. 집사람이 일 때문에 아무래도 하나 장만해야 할 듯해요. 디자인 할 때는 아무래도 기존의 마우스를 써야 할 거 같아요. 저도 딸이 맥북 사면서 멀티터치를 써보았는데 그게 그래픽할 때는 영 아니더라구요.

      사진을 정말 그림처럼 찍는 사람들이 있기는 있어요. 실제로도. 저야 뭐 어쩌다 건졌지만요.

    2. IPod Classic을 바닦에 놓고 마우스로 쓰는 느낌이랄까…
      그랬어요. 저는 둥근 모서리가 좋은데 모서리가 IPOD처럼 날카로운 감이 없지 않았던…

    1. 오늘은 일보러 나갔다가 어린이대공원에 잠시 들러
      사진찍다가 들어왔지요.
      들어올 때 지하철 기다리다가 지하철 바닥 찍으면서
      칸딘스키의 콤포지션 놀이를 했다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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