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왔다.
집앞 골목의 차들이
모두 하얗게 눈을 뒤집어 썼다.
여자애 두 명이 차의 눈 위에 무엇이라고 쓴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그걸 찍는다.
찍은 것을 누구에겐가 보낸다.
아이들이 가고 난 뒤
무엇인지 슬쩍 들여다 보았다.
아이들은 알고 있다.
눈속에 자신들의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은 그걸 꺼내 사랑하는 오빠에게 곧바로 보낸다.
눈이 오면 눈 속의 사랑을 꺼내
곧바로 오빠에게 보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제법 눈이 많이 와 동네의 어디나 눈길이 되었다.
어른들은 알고 있다.
그 눈 속에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아버지는 그 눈속의 즐거움을 꺼내 아이에게 준다.
아버지는 알고 있다.
눈속에 아이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아버지는 그걸 꺼내 눈썰매의 즐거움으로 아이에게 안겨준다.
옛날에는 눈이 오면 그냥 아이들 혼자 놀았는데
이제는 아버지가 같이 놀아주는 시대가 되었다.
꺄르르 꺄르르 웃는 아이의 웃음소리도 함께
눈길을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었다.
눈속에는 오빠에 대한 여자 아이들의 사랑도 있고,
눈속에는 아이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도 있다.
눈녹기 전에 꺼내야 한다.
4 thoughts on “눈과 사랑”
얼핏 ‘오빠사랑’이 아니고 ‘아빠사랑’으로 보였네요.
저희도 어제 눈이 많이 오길래 아이들 데리고 집앞에 나갔었는데
아빠들이 어찌나 충성인지.. 그래서 더 그렇게 보였나봐요.^^
마침 재활용분리수거 날이라
재활용센터에 빈박스가 많아서 아빠들 체면 좀 선 듯 해요.ㅎㅎ
오늘이나 내일 또 눈이 온다니 아빠들이 한번 더 땀좀 쏟아야 할 듯 합니다.
다들 바라보기만 하고, 쓸어버리려 하는 눈 속에
녹기 전에 꺼내야 할 사랑이 있었군요.
Joy of discovery!
이거 쓰면서 그러면 바닷가 모래밭에서도
사랑을 꺼낼 수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들었습니다.
모래밭에선 바람이 쓸고 가며 가져가니
멀리 있어도 그 바람이 사랑을 전해줄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