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기

Photo by Kim Dong Won

어느 날, 그녀가 아침에 출근하며 말했다.
“이따 심심하면 청소기 한번 밀어줘.”
내가 물었다.
“심심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
그녀가 간단하게 답했다.
“그럼 안밀어도 돼.”

아씨, 심심해지면 안되는데…
꼭 중간에 심심해 지더라.

10 thoughts on “청소기

  1. 댓글이 재밌네요.

    저는 처음부터

    ‘나 나갔다 올테니 청소기 한 번 돌려’ 라고 하겠습니다.
    ‘나도 나름 바쁘네…. 책 볼 것두 있구…어쩌구..궁시렁 궁시렁…’하면
    ‘시끄러. 청소기 먼저 돌리고 개운한 기분으로 앉아서 해’
    라고 하겠습니다.ㅋㅋㅋ

    1. 그럼 전 “왼쪽으로 돌리는 거야 오른쪽으로 돌리는 거야? 아님 왼쪽으로 두번, 오른쪽으로 세번 돌려야 해? 근데 청소기는 돌리는게 맞어, 아님 미는 거야. 돌리지 않고 밀면 그것도 소용없을 거 같구, 돌리기만 하고 밀지 않으면 그것도 소용없을 거 같어. 그런데 이런 질문 받느니 그냥 나한테 시키지 않고 그냥 하는게 낫지 않어?” 뭐 요따우 식으로 나갈 수 있습죠. ㅋㅋ

    1. 그럼 저는 “그럼 심심하면 밀으란 애기는 왜 해? 심심하거나 안심심하거나 좌우지간 밀어 이렇게 얘기를 하던가… 괜히 그렇게 얘기하니까 안심심할 때는 무슨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거 같잖아. 선택을 하게 해주는 거 같으면서 결국 제자리에 눌러 앉히다니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심뽀야.. 이런 경우를 가리켜 뭐가 어떻고 저떻고 궁시렁궁시렁… ”
      저 꼬투리 한번 잡았다 하면 두 시간은 기본으로 갑니다.

    2. 두시간요?
      저라면 한 2분 듣다가
      “그냥 조용히 미세요” 그러고 돌아설테예요.

      혹 이러다가 제가 꼬투리 잡히는건 아니겠죠?
      잡히기전에 줄행랑~~~

    3. 제가 거의 하루 종일 집에서 혼자 일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입을 뻥긋할 기회가 생기면 놓칠 않는 거 같아요.
      사람들 만나면 쉴사이 없이 떠드는 것도 그래서인 듯도 하구요.

  2. 그럼 안 밀어도 돼, 한 말을 곧이 곧대로 들었다간
    청소기 들고 10분간 서 있어야 할지도 몰라요.
    중간에 어떻게든 심심해지셔야 합니다요.

  3. 부탁도 다정다감하게 하시네요.
    저는 명령조로 말해서 집사람이 되게 싫어해요.
    결혼하고 청소기는 이제껏 한 번빼고 다 제가 돌렸지만..

    1. 다정한 건 아니고 개그스럽게 부탁을 주고 받지요. ㅋㅋ
      정님이야, 제가 보기에 요즘의 젊은 남자여서 아내에게 사랑받을 남편이예요. 저는 집안일은 거의 안해서 잔소리 많이 듣습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버티면서 안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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