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엔 거의 수면 가까이 몸을 붙인
작은 물고기 한 마리 있었다.
거의 미동없이 물밖을 보고 있는 듯했다.
가끔 중심이 흩어지는지 꼬리를 약간씩 흔들었다.
그 물속에서 물밖으로 수련 하나가 몸을 내밀고 있었다.
수련의 꽃대 끝엔 노란 꽃 하나가 얹혀 있었다.
노란꽃의 한가운데는 입술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수련의 꽃잎 한쪽을 빌려
실잠자리가 앉아 있었다.
실잠자리는 수면을 내려다 보고 있는 듯했다.
물고기가 무슨 얘기인가 타전을 하면
그게 수련의 꽃대를 타고 수면 위로 올라가
실잠자리가 앉아있는 꽃잎에 미세한 진동으로 전해질 수 있을까.
아님 실잠자리가 수련꽃이 노랗게 필 때쯤
그 꽃에 앉아 무슨 얘기인가 속삭이면
그 노란꽃에 실은 실잠자리의 속삭임이
수련의 꽃대를 타고 물속의 고기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
혹시 수련은 그냥 꽃이 아니라
그 둘의 언어가 아닐까.
물고기가 그의 언어를 타전할 때 그 말을 전하려
수련이 꽃대를 물밖으로 뻗어 고개를 내밀고,
실잠자리가 그의 언어를 타전할 때 그 말을 전하려
꽃대가 물속으로 깊이 뿌리를 내리는 것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둘의 얘기가
모르긴 몰라도 예쁜 얘기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꽃대 끝의 노란 꽃이 아주 예뻤기 때문이다.
6 thoughts on “물고기와 실잠자리, 그리고 수련”
고요한 것들의 고요한 이야기
를
포착하셨습니다. 이거 참 가져다가 슬쩍 써먹고 싶은 충동이….
이거 참 가져다 쓰라고 슬쩍 손에 쥐어주고 싶은 충동이.
언어의 꽃
이야기 꽃이 피어 올랏네요
좋은글 감사 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댓글 달 때 서버 반응이 좀 느리군요.
아주 많이 이뻐요.
저 중에 하나라도 빠졌다면 이렇게 감탄까지 나오진 않았겠지 싶습니다.
엇, 저도 똑같은 생각이었는데.
어떻게 셋이 그 자리에 있었을까 싶더라구요.
원래는 글도 셋이 연못에 여름 풍경 하나 엮어내고 있었는데
어느 하나라도 빠졌다면 그 풍경이 휑할 듯한 느낌이었다는 것이었어요.
쓰다보니 글이 다른 길로 빠져 버렸지만요.
정말 세상의 어느 하나 의미없는 것은 없는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