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는 희고 고운 손가락을 가졌다.
그 손으로 억새는 주변의 바람을 모두 불러모은다.
손짓은 다급하기 이를데 없다.
억새가 부르면 어느 바람도 그 손짓에 저항하지 못한다.
바람은 일제히 무슨 일인가 하며 억새의 앞으로 모인다.
바람이 모이면 억새는
그때부터 바람의 등에 올라 타고 하늘로 발돋움한다.
손짓은 하얀 노래가 된다.
바람은 삐쳐서 일제히 등을 빼고
화를 벌컥내며 주변으로 흩어져 버린다.
그럼 억새는 다시 또 황급히
그 곱고 하얀 손가락을 무기로
바람을 부른다.
바람은 조금 전의 수모를 까맣게 잊고
다시 또 억새의 앞으로 모인다.
억새와 바람은
부르고 모이고 흩어지고를 반복하며 산다.
2 thoughts on “억새와 바람”
억새가 바람피는 장면이로군요.
상대가 바람이라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