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사고 사진을 찍겠다고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이 있다.
강원도 인제의 백담사였다.
그 전까지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그때의 인연을 시작으로 그 뒤로도 두 번을 더 찾았다.
그 두 번은 모두 눈덮인 백담사였다.
매번 걸어들어가고 걸어나왔다.
한번은 설악산 꼭대기에서 하룻밤을 자고
백담사를 거쳐 내려온 적도 있다.
백담사와는 유난히 인연이 많다.
절에 이르려면 백담계곡을 따라 깊숙히 들어가야 한다.
버스로 가는 사람들은 그 깊이를 몸으로 체감하기 어렵다.
걸어가보면 어찌나 깊은지 들어가면서
백담계곡을 흘러가는 물에 속세와의 인연을 다 흘려보내고
그 끝에서 비로소 백담사에 도착하는 느낌마저 든다.
그렇게 하여 백담사로 들면 우리는 세상과 절연되고 만다.
그 때문인지 이렇게 세상과 절연된 곳의 스님들이
세상에 대해 무슨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들은 세상의 답을 찾아 그곳으로 걸음할 것이다.
세상의 답을 그 깊은 산속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곳에 들 때마다
세상의 답이 세상을 버리고서야 비로소 얻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세상의 한가운데 있으면
이것저것 세상의 눈치를 모두 다 살필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해결책이라고 궁리한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
결국 얄팍한 꼼수에 불과해지고 만다.
혹시 세상의 답은 정말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물정 모르고 멀리 산속에 기거하는 스님들께 있는 것이 아닐까.
세상의 답은 세상의 속에서 세상의 눈치를 살피면서 구하는게 아니라
세상을 버리면서 근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
바로 깊은 산중의 절에서 비로소 얻어지는 게 아닐까.
세상과 절연된 듯한 백담계곡 그 깊숙한 곳의 스님들에게나
세상의 답이 마치 빛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루, 아침 일찍 집을 나가 세상버리고 백담사 다녀와야 겠다.
너무 오랫동안 그곳에 가보지 못한 듯하다.
절의 뜰에 상반신만 내놓은채
청동의 골격으로 사람들을 맞고 있던 한용운이 그대로인지 궁금하다.
4 thoughts on “세상의 답”
눈길을 헤치며 찍어오실 사진이 기대됩니다.
비움과 채움, 버림과 얻음, 나눔과 받음 같은 화두들은
개신교 영성훈련에서도 중요하다고 써 있는 책만 읽고 있는데,
이렇게 하룻길이라도 감행하신다니 다녀오셔서 들려주십시오.
백담사를 가겠다고 마음을 먹어놓고는
홍대가서 오래간만에 젊은 친구들이랑 술을 퍼먹었습니다.
웬수같은 일만 아니었으면 아마 밤새웠을 듯.
어떻게든 일을 마무리하고 다시 틈을 엿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일도 제쳐놓고 떠났던 백담사가 이번에는 아주 멀군요.
동원님!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주신 도움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미대 다니는 친한 동생에게 부탁받아 넘겨주고 나서는
어떻게 잘 된다는 소식이 없네요. 에구.
신경 써 주셨는데 여태 연락이 없었어서 죄송합니다!
저도 기다리다 기다리다, 잘 안되면 연락 오겠지 하는 중이예요~
오늘 새벽엔 구름이 참 예쁘게 하늘에 걸렸더라구요.
사진기 챙겨서 나갈까 했는데, 옆사람 데려다주고 이것저것
챙기다보니 해가 머리위에 떠버렸어요.
한국의 산 풍경이 살짝. 그리워집니다~
저도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하고 있습니다.
마음쓰지 마시구요 아름다운 결혼 생활 꾸려가시길요.
가끔 블로그로 놀러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