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주의보의 주의는
내겐 거의 항상 주의가 아니라
눈이 내리고 있는 곳에 대한 초대장이었다.
대설 경보라면
그건 눈이 너무 많이와서
이제 아주 위험할 지경이라는 경고가 아니라
내겐 서둘러 내려와야 한다는 독촉장이었다.
그런데 어디 멀리 행선지를 잡아야 할 필요도 없이
내가 사는 곳에 엄청난 눈이 내렸다.
이틀 전에 내설악의 백담사에서 눈과 함께 했던 나는
그 눈이 나를 쫓아 여기까지 온 것일까라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며 서울의 그 눈을 맞았다.
그리고 가까운 경기도 퇴촌의 용마산을 찾았다.
원래의 계획은 용마산을 올라 검단산까지 가며
눈풍경을 빠짐없이 카메라에 담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길을 잘못 들었다.
정강이까지 빠지는 눈을 헤쳐가며
길도 없는 산등성을 올랐다.
그리고 그 중간쯤에서
하얀 눈꽃으로 먼저 온 진달래를 만났다.
분홍빛으로 몰고 올
올봄의 진달래꽃에 대한 리허설이었다.
길도 없는 산중턱에서
진달래의 하얀 리허설을 혼자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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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for maverick, specially her patience for very heavy snow in March.
4 thoughts on “흰꽃으로 먼저 온 진달래”
용마산도 눈이 많이 오면 길이 없어지나 보군요.
사람들 잘 다니지 않는 눈쌓인 계곡을 헤집고 다니는 재미,
만끽하셨을 것 같은데요.
그게 길은 있는 것 같은데… 제가 길이 아닌 곳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그렇게 됐어요. 나중에 돌아와서 등산지도를 살펴봤더니 완전 엉뚱한 곳에 가서 산을 올랐더라구요. 산에 올랐다가 여기가 아닌가벼 하고 내려오는 일이 정말 일어났다는.
그러니까 조 가운데 있는 키작은 나무가 진달래라는 말씀?
참 이쁘네요.
3월에 눈세상은 맘껏 즐기고 계시는군요^^
눈내린 산의 모습은 봐도봐도 안질리죠.
아니, 두 분께서 나란히…
나무를 잘 모르는데 진달래는 이제 가지보면 알겠더라구요.
멀리서 볼 때는 아름다운데… 눈이 무릎까지 빠지니까 오르는 건 무지 힘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