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온 세상은 하얗다.
깨끗하고 순수하다.
없는 길을 헤쳐 올라가는 용마산 자락,
세상이 온통 하얗다.
하지만 순수는 무겁다.
온통 순수를 뒤집어쓴 나무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올라가다 나뭇가지를 흔들어 눈을 털어주었더니
눈밭 깊숙이 찧고 있던 이마를 금방 공중으로 든다.
나뭇가지를 흔들며 말했다.
너무 순수하게 살려고 애쓰지마.
눈은 순수를 잊지 말라고 내리는 것이지
평생을 순수하게 살라고 내리는 건 아냐.
순수는 짊어지고 가기엔 너무 무거워.
그러니 그 하얀 무게를 내려놓고 허리를 펴.
그리고 가끔 눈이 온 날만 잠깐씩 순수해지도록 해.
그러나 걔중에는 내 말을 안듣고 고집을 부리다
아예 허리가 부러진 나무도 있었다.
하얗고 깨끗해서 아름답게만 보이지만
순수는 말할 수 없이 무겁다.
그저 잠깐 짊어지고 있기에도.
2 thoughts on “순수는 무겁다”
벼만 고개를 숙이는 건 아닌가 봅니다.
순수한 나무도 고개를 숙입니다.
단, 계속 숙이고 있는 나무는 순수한 것이 아니라
선거철이 가까워져서 그런 겁니다.
대부분은 흔들어서 눈을 털어주었습니다.
허리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지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