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과 하늘 사이에서 건진 웃음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4월 4일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두물머리의 생명 평화 미사에서

요즘은 일요날마다 두물머리로 나가게 된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해 마련되는
천주교의 미사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다.
매번 다른 신부님을 보는 것이 큰 재미이다.
이번에도 한 신부님이 미사가 시작되기 전 사람들과 놀아주신다.
신부님은 사람들을 둘로 갈라 노래를 시켰다.
노래를 잘한 팀에게는 상금도 있단다.
양팀의 노래가 끝나고 신부님이 다른 신부님에게
어느 팀이 잘했냐고 묻는다.
그 신부님, 두 팀 다 잘했다고 하신다.
에이, 할 수 없다. 그런 두 팀에게 다 상금을 주어야지.
신부님, 지갑을 열더니 만원짜리를 꺼내어
이 팀의 아이 한 명, 저 팀의 아이 한 명에게 만원씩을 주었다.
그러나 두 아이에게 상금을 준 신부님, 곧바로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래 그 만원갖고 이 지상에서 살다가 끝낼내요,
아님, 내게 도로 내놓고 나중에 하늘나라 갈래요?”
아이들은 졸지에 허를 찔렸고 사람들은 와하하 웃었다.
옆에 있던 신부님 갑자기 일어서신다.
“그럼 제가 호응을 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그 신부님, 헌금통 들고 아이들 앞으로 섰다.
사람들이 또 와하하 웃었다.
잠깐 지상과 하늘 사이를 오가는 동안, 사람들은 웃음을 건졌다.
신부님은 또 사람들 중 한 명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하며 박수를 유도했다.
박수는 나왔지만 그 사람, 노래는 하지 않겠단다.
신부님이 말한다.
“박수받고 노래 안하면 3년 동안 재수가 없습니다.”
그 사람, 이렇게 응수했다.
“난 벌써 5년 동안 재수가 없어서 그 3년은 이미 다 지나갔어요.”
이번에는 신부님이 허를 찔렸다.
허찔린 신부님을 사람들이 코너로 몰면서 그럼 신부님이 노래를 부르라고 한다.
신부님 이번에는 더 세게 나온다.
“저한테 노래를 시키면 10년간 재수가 없습니다.”
다행히 사람들이 와하하 웃고는 그것으로 끝내주었다.

4 thoughts on “지상과 하늘 사이에서 건진 웃음

  1. 일요일 오후가 기다려지시겠군요.
    교회나 성당이 아닌 야외에서 특별한 목적을 갖고
    열리는 미사니 만큼, 인도하시는 분들의 여유와 모인 분들의 반응이
    참 좋아 보입니다.

    그런데 신부님이 사람 잘못 고르셨네요.
    동원 님을 지목했으면, 멋진 포즈로 좌중을 사로잡으셨을 텐데요.^^

    1. 저에겐 잘찍어 주세요라고 부탁하던 걸요.
      그래서 잘생기셔서 아무렇게나 찍어도 잘 나옵니다 하고 응수했죠. 기분좋아 하시더구만요.

    2. 참으로 예리하십니다.
      신부님이 빛이 있으라라고 말씀하시면서 창세기 얘기를 할 때
      그 얘기에 따라 하늘의 빛을 함께 담아 사진을 찍은게 요 사진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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