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산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9월 5일 제주 한라산에서

나는 가끔 산에 오르고 싶어.
그것도 아주 높은 산에 오르고 싶어.

내가 사는 데선 앞뒤로 눈을 가로막는 것이 너무 많아.
거리의 좌우로 빼곡하게 늘어선 건물들이 어디서나 우리의 시선을 막지.
내 시선은 온통 건물들의 벽으로 채워지곤 해.
그러다 보면 내 시선이 막히고
마음마저 벽으로 막히는 느낌이야.
그때쯤이면 바로 곁에 두고도
내 마음을 네게로 가져가기가 힘들어지곤 해.
그럴 때마다 나는 산에 가고 싶어.
그것도 아주 높은 산에 가고 싶어.
산에 오르면 시야는 아득해지지만
그래도 마음이 탁 트이는 느낌이 들어.
왜 아득해지지만 마음은 트이는 것일까.
나는 그게 산을 오를 때 헉헉 숨을 몰아쉬며
걸음 하나에 마음 속에 쌓였던
벽 하나를, 벽 둘을, 하나하나 버리는게 아닌가 싶어.
버리지 않으면 산을 오를 수 없을 거야.
몸이 너무 무거울테니까.
그러니까 산을 오른다는 것은
마음 속의 벽을 모두 버리고
몸을 가볍게 하는 일이기도 한 셈이지.
그리하여 산꼭대기에 이르면
드디어 마음을 가로막는 것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게 돼.
그럼 이제 마음을 실어 네게 보낼 수 있게 돼.

난 가끔 산에 가고 싶어.
눈앞을 가로막는 게 하나도 없는 높은 산에 가고 싶어.
그리고 산꼭대기에 서서 내 마음을 네게로 날려보낼 거야.

2 thoughts on “높은 산

  1. 거기서 더 버리면 날아가겠죠…
    고게 두려워 양갱이랑 김밥을 잔뜩 지고 오릅니다.
    그것도 불안해서 막걸리로 몸을 채우곤 합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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