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소리와 파도 소리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5월 21일 부산 송도의 알로이시오 기념병원에서

부산 송도의 알로이시오 기념병원에서
잠시 3층에 올라간 의사 선생님을 기다린다.
방의 한켠에 놓인 청진기가 눈에 들어온다.
귀에 꽂고 가슴에 대보았다.
옷 위에 댄 손이 자꾸 움직인 때문인지
스르르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귓속을 가득 메운다.
그 소리 가운데 심장 뛰는 소리가 간간히 고개를 들었다 내려놓는다.
내 안의 심장 속에서 파도가 밀려와 부서지고 있는 듯했다.

부산 태종대 바닷가에 선다.
자갈을 굴려가며 바다가 끊임없이 밀려왔다 밀려간다.
항상 파도 소리였는데
난생처음 들어보았던 어제의 내 심장 소리와 겹쳐지면서
마치 바다의 심장이 뛰고 있는 듯했다.

나도 살아서 뛰고 있었고
바다도 살아서 뛰고 있었다.
바다에 가면 가슴이 벅찬 것은
다 이유가 있는 듯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5월 22일 부산 태종대에서

4 thoughts on “심장 소리와 파도 소리

  1. 이왕에 청진기 잡으셨으니 하얀 가운도 빌려 입어보지 그러셨어요?^^
    의사 dongwon님, 머리가 길고 장난스러운 표정이 슈바이처가 연상이 되는데요.

  2. 자갈에 차르르쏴아 하고 부딪히는 소리
    깨끗하고 맑고 깊은 소리가 들리는 듯해요…
    게다가 청진기를 바다의 가슴에 대고 들으셨으니 오죽하겠습니까

    1. 쿵쿵 소리가 들리려나 했는데 차르르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는 거 아니겠어요. 왜 가슴 속에서 파도소리가 들리지 했는데 우리 귀는 바다 앞에만 서면 바다의 심장 소리를 듣는 청진기가 된다는 걸 이번 부산 여행에서 비로소 알았죠. 부산은 꼭 한번 가야 하는 거 같아요. 그곳 의사 선생님 만나러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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