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송도의 알로이시오 기념병원에서
잠시 3층에 올라간 의사 선생님을 기다린다.
방의 한켠에 놓인 청진기가 눈에 들어온다.
귀에 꽂고 가슴에 대보았다.
옷 위에 댄 손이 자꾸 움직인 때문인지
스르르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귓속을 가득 메운다.
그 소리 가운데 심장 뛰는 소리가 간간히 고개를 들었다 내려놓는다.
내 안의 심장 속에서 파도가 밀려와 부서지고 있는 듯했다.
부산 태종대 바닷가에 선다.
자갈을 굴려가며 바다가 끊임없이 밀려왔다 밀려간다.
항상 파도 소리였는데
난생처음 들어보았던 어제의 내 심장 소리와 겹쳐지면서
마치 바다의 심장이 뛰고 있는 듯했다.
나도 살아서 뛰고 있었고
바다도 살아서 뛰고 있었다.
바다에 가면 가슴이 벅찬 것은
다 이유가 있는 듯했다.
4 thoughts on “심장 소리와 파도 소리”
이왕에 청진기 잡으셨으니 하얀 가운도 빌려 입어보지 그러셨어요?^^
의사 dongwon님, 머리가 길고 장난스러운 표정이 슈바이처가 연상이 되는데요.
혀도 한번 낼름 내밀어 볼까 그랬나요.
아 그건 아인쉬타인인가요.
자갈에 차르르쏴아 하고 부딪히는 소리
깨끗하고 맑고 깊은 소리가 들리는 듯해요…
게다가 청진기를 바다의 가슴에 대고 들으셨으니 오죽하겠습니까
쿵쿵 소리가 들리려나 했는데 차르르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는 거 아니겠어요. 왜 가슴 속에서 파도소리가 들리지 했는데 우리 귀는 바다 앞에만 서면 바다의 심장 소리를 듣는 청진기가 된다는 걸 이번 부산 여행에서 비로소 알았죠. 부산은 꼭 한번 가야 하는 거 같아요. 그곳 의사 선생님 만나러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