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송도 기행 – 송도 해안의 암맥

지질학자가 찾으면 신나서 어쩔 줄을 모를만한 곳이
송도 해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위와 해변의 지층이 재미나는 얘기 거리가 될 듯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변까지 나와서 지질학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또 머리가 아프기도 하다.
그래서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 즐기기로 했다.
오늘은 지나치다 본 암맥 앞에서 머물다 간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5월 21일 부산 송도의 해안 산책로에서

처음 보았을 때는 산처럼 보인다.
이름은 형태를 취하여 삼각산 정도로 선물할 수 있을 듯하다.
지층과 지층 사이를 뚫고 세상 밖으로 뛰쳐나오면서
끓는 용암이 꿈꾸었던 것은 산이 되는 것이었을까.
일단은 그렇게 보인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5월 21일 부산 송도의 해안 산책로에서

좀더 바위 가까이 자리를 옮기자
이번에는 막 바다로 출정하려는 배 같다.
하긴 눈앞이 바다이니 용암이 꿈꾼 것은
바다로 헤엄쳐 나가는 배였을지도 모른다.
멀리 남항이 있으니 그곳에서 잠시 정박하고
바다로 떠나려 한 것이었을까.
언듯 보기에 배는 남항 쪽으로 뱃머리를 두고 있는 듯하다.
꿈은 남항에 두었지만
그러나 몸이 무거워진 바위는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송도 해변에서 굳어 버렸다.
바다가 뱃머리를 적시며 못다이룬 꿈을 위로해주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5월 21일 부산 송도의 해안 산책로에서

어디선가 새 한마리가 날아와
바위 끝에서 휴식을 청한다.
오다가다 지친 다리를 쉬는 휴식의 자리에서 새들은 얼마나 달콤할까.
바위는 또 그렇게 제가 달콤한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달콤함을 주는 인생을 꿈꾸었는지도 모르겠다.
잠깐의 휴식을 즐기고 새는 다시 날아갔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5월 21일 부산 송도의 해안 산책로에서

조금 더 자리를 옮겨보니
바위는 배 모양은 그대로였지만
항구가 아니라 건너편 산으로 방향을 두고 있다.
저 산의 이름이 봉래산이라고 한다고 한다.
다음에 언제 봉래산의 바위에 오르게 되면
송도 해안의 바위가 그곳의 바위에 전하는 그리움을 전해주고 싶어진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5월 21일 부산 송도의 해안 산책로에서

조금 더 걸음을 옮겼더니
이제까지 보았던 산도, 또 배도 보이질 않고
그냥 바다쪽으로 쭉뻗은 발과 다리가 보인다.
다리는 두 개의 다리를 서로 포개고 있는 듯하다.
지층 속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다가
드디어 바깥으로 튀어나온 용암은
분명 한껏 발과 다리를 뻗었을 것이다.
내 발과 다리가 다 시원해진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5월 21일 부산 송도의 해안 산책로에서

이제 거의 반대편으로 넘어오자
암맥은 바다를 향하여 내달린 산맥이 된다.
처음에는 바다를 향하여 거침없이 내달렸겠지만
앞걸음이 바다에 발을 담그는 순간 걸음을 멈추었을 것이며,
그 순간 뒷걸음이 앞걸음에 켜켜이 쌓여 다시 높이가 되었을 것이다.
그 뒤의 걸음들도 등에 등을 타고 업힐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걸음이 잠잠해지자
그 자리에 오르고 내리는 산맥의 줄기가 생겼을 것이다.
그렇게 산맥은 바다를 향하여 급하게 내려가다
곧잘 앞쪽 걸음이 막혀 등에 등을 타며 길을 간다.

다음 스카이뷰 캡쳐 화면

부산의 송도 해안을 돌다 잠시 바위의 암맥 앞에서 숨을 고르며 쉬다 간다.
그 암맥 앞에서 배를 타고 바다로 가는 꿈을 꾸기도 하고,
휴식의 달콤함에 입맛을 다시기도 하고,
그 옛날 바다로 달려 산맥이 되었던 뜨거웠던 걸음도 상상해 보았다.
암맥의 대략적 위치는 위의 지도에서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이다.
시간은 오후 5시 45분경이었다.

6 thoughts on “부산 송도 기행 – 송도 해안의 암맥

  1. 아하

    산이었다가, 배였다가, 사람의 다리가 되니
    사물의 진실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그 모두가 다 진실인 듯도 합니다.
    모든 가능한 진실을 들추어내는 힘은 이제 인간(동원님)과 사진기 둘 뿐이라는 생각..

    1. 어떤 사진도 그곳의 바위가 주는 실제의 느낌을 넘어갈 수가 없으니
      사실은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만 느낌의 공유가 가능한 듯 싶어요.
      시인이 기회되면 꼭 부산에 가야할 것 같아요.

  2. 딸내미가 태어났더니 하루하루가 정신이 없어요.
    기저귀 갈아주느라 정말 하루가 다 지나가는 느낌.

    동원님처럼 저도 따님만 보면 기쁘고, 밖에 잠깐 나갔다와서
    딸을 봐도 반갑고 그래요. 저는 딸을 멀리 유학을 보낼 수 있을까 싶네요.
    하루하루 보고 싶을텐데..

    다음 지도도 좋네요. 전 구글이랑 네이버만 써봤는데…

    1. 한 6개월은 정신없습니다.
      6개월 지나면 좀 괜찮아요.
      그때부터 아이가 정상적으로 낮에 놀고 밤에 자거든요.
      그 전에는 밤낮을 뒤바꿔서 산다는.

      딸을 떨어뜨려놓고 사는 건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
      아침마다 같이 밥먹고 같이 떠들고 웃고, 가끔 투닥거리며 싸우기도 하고 그러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떨어뜨려놓고 나면 금방 깨닫게 되죠.
      딸이 바깥에 나가서 아무리 잘해도 같이 사느니만 못하다고나 할까요.
      그래도 아이 인생은 아이 거라 때가 되면 눈물을 머금고 보내 주어야 하는 거 같아요.
      영화 맘마미아 한번 보세요.
      마지막에 딸이 엄마품을 떠나는 결심을 하는 장면이 아름다워요.

    1. 바쁘긴 해도 부산 송도의 힘으로 버틸 수 있을 듯 싶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다들 바쁜 듯 싶습니다.
      서울도 도통 모이자는 소리가 없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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