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그림자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2월 23일 서울 성북동의 길상사에서

처음엔 누구나 그러하듯이
오후가 비스듬히 몸을 눕히면서
물의 한쪽으로 비스듬히 걸쳐놓은 그림자를 보았다.
그건 그러니까 비스듬한 오후의 그림자였다.
그림자를 보다 하늘을 올려다 보았더니
초승달인지, 그믐달인지가 벌써 나와
하늘에 떠 있었다.
달을 똑 떼어다
그림자 위에 눕혀봤더니
그림자는 분명 달의 것이었다.
그때부터 그림자는
저녁이 오기 전에
잠시 그곳에 내려놓은 달의 그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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