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고 있는 새 중에서
가장 눈치빠른 새는 참새이다.
어릴 때 동네 어른들은
종종 공기총으로 새 사냥을 하곤 했다.
그때면 부지기수로 잡히는 건 노랑턱멧새였다.
우리는 그 새를 느릅찌기라고 불렀다.
어찌나 둔감한지 눈앞에서 총을 내밀고 겨냥을 해도
시끌벅적 떠들다가는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졌다.
한번 당했으니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았지만
느릅찌기는 다음 총알을 넣기도 전에
벌써 그 자리에 다시 모여서 시끌벅적 떠들고 있었다.
자리도 옮길 것 없이
그냥 한 자리 앉아서 총만 쏘면 그만이었다.
가끔 우둔한 사람을 놀릴 때 쓰는 새대가리란 말이
느릅찌기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참새는 어림도 없었다.
총을 등뒤에 숨기고 지켜보고 있다가
옆으로 슬쩍 내놓기라도 하면
벌써 참새는 한 마리도 남아있질 않았다.
참새는 총으로는 거의 잡을 수가 없었다.
종묘공원을 지나다 보니
한 아저씨가 참새들에게 모이를 주고 있다.
그냥 바닥에 뿌려주는 게 아니다.
손을 펼쳐 모이를 주고,
그러면 참새들이 손 위에 올라가 먹이를 먹느라 난리들이다.
그 영악하고 의심많은 참새랑 저렇게 믿음을 쌓다니.
하긴 우리는 참새랑 별로 믿음을 쌓으려 하질 않았고,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우리는 클 때 언제나 참새를 보면 입맛을 다셨다.
그러니 어떻게 참새에게서 믿음을 바라겠는가.
믿고 함께 살려고 하면
그 영악하고 의심많은 참새까지 손위로 부를 수 있다.
물론 그런 믿음을 보여주기 위해
오랜 세월이 필요하리라.
2 thoughts on “참새와 아저씨”
참새도 비둘기처럼 저렇게 사람 손에 올라가서 모이를 먹는군요.
신기하네요. 근데, 참새도 병균 덩어리 아닌가… 싶은데..
따님은 곧 한국에 오시나요?
전 3주뒤면 집사랑이랑 딸내미랑 한 두 달 정도 생이별 할 것 같아요.
둘만 한국에 보내려구요. 저도 가고 싶은데 비행기표가 너무 비싸져서..
동원님하고 한국에서 막걸리 한 잔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아쉽네요.
어쩜 그렇게 한국 못오는 이유가 저랑 똑같나요.
저도 비행기표가 너무 비싸서 일본 가지 않았지요.
방햑 때는 오겠지요, 뭐.
열심히 알바 중이라 한국 와도 열흘 정도 머물다 가요.
처음에는 2주 정도 있다가 갔는데 열흘이나 2주나 그게 그것인 것 같은데도 부모 마음에는 체감 기간이 상당히 차이가 나더라구요.
다행이 일본 정부로부터 받는 장학금이 다시 1년 연장되었어요.
기특하기도 하기도..
옆에 두면 그저 행복하니까 좀 오래 머물렀다 갔으면 하는데 아이는 또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그렇질 못하나봐요.
그나저나 정님 부모님이 정님 보고 싶어서 어째요.
만나면 그때 회포풉시다.
종로에서 만났던 순간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