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과 아이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7월 2일 우리 집에서

아이가 다 커서 해외로 나가버리고 난 뒤
크게 신경쓰지 않게 된 것 중의 하나가 생일이다.
사실 그 전에도 아이가 태어난 뒤로는
생일을 챙기는 것은 아이의 몫이 되었다.
아이는 생일을 좋아했다.
아이가 생일을 좋아한 것은
케익에 불을 붙이고 노래를 부른 뒤
훅 불어서 끄는 그 즐거움 때문이었다.
그 즐거움 때문에 어느 해는
매달 생일을 치르기도 했었다.
우리는 달마다 새롭게 태어났다.
아이가 크고 나서 학교 공부로 바빠지면서
생일도 건너 뛰기 일쑤였다.
어느 해는 생일인지도 모르고 그 날을 지나쳤다.
아이가 여유를 찾으면서 생일도 돌아오는가 싶었는데
해외로 나가 공부하게 되면서
다시 생일은 잊어버리고 지나치게 되었다.
올해도 생일이 오는지 거의 모르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녀가 챙겨주었다.
피곤하다며 일찍 들어온 그녀의 손에
생일 축하 케익이 들려 있었다.
불켜고 축하 인사 받은 뒤 훅 불어서 껐다.
노래도 부르라고 했으나 그녀는 쑥스러워 했다.
사실 아이가 없이 둘이 그 짓을 하고 있으려니 쑥스럽기는 했다.
생일은 아이가 챙겨주어야 그 맛이 나나보다.
생일은 아이를 낳기 전에는 우리의 것이었으나
아이를 낳고 난 뒤로는 우리의 생일도 아이의 몫이 되었다.
아이가 옆에 없으면 생일도 희미해진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7월 2일 우리 집에서

6 thoughts on “생일과 아이

  1. 아휴! 이런…. 아쉬운대로 저희집 아이들이라도 파견해 드릴껄요.
    털보 아저씨라면 열광을 하는 아이들 모아서 다시 축하해드려야 겠어요.
    저희 챈이 일기장에 ‘털보 아저씨’ 얘기를 썼는데 자상하게 코멘트 달아주시는 담임선생님께서 ‘털보 아저씨’ 부분에 밑줄 긋고 물음표 하셨드라구요.ㅋㅋㅋ

    저두 만땅으로 축하 드려요.

    1. 아유, 감사합니다.
      아이가 옆에 없으니까 생일이 쑥스럽더구만요.
      뭘 그런 걸 챙기는지…

      이번에는 언제 오나 모르겠어요.
      좀 보고 싶은데..
      내 생일날 왜 애가 보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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