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과 소름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6월 23일 경기도 팔당의 예봉산에서

무엇인가 소스라치게 풀을 흔든다.
산을 오르는 내 걸음에 놀란 듯
황급히 수풀 사이로 피하는 기색이다.
순간 소름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고
머리카락이 쭈볏 선다.
뱀이다.
녀석도 내 발자국이 수풀을 따라
갑작스럽게 다가섰을 때
등골로 소름이 훑고 지나갔을까.
녀석은 가다 말고 서서
곁눈질로 내 동태를 살피는 눈치다.
손을 내저어 가던 길로 빨리 가라고 했으나
녀석은 그대로 서서 계속 버틴다.
할 수 없이 내가 옆으로 비켜서
녀석의 곁을 피했다.
대가리 생긴 것을 보니 맹독성 독사 같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비교적 독이 없다고 알려진 구렁이는
상당히 굵었었다.
이 녀석은 구렁이에 비하면 몸집이 날렵하다.
아무래도 살모사 중에서도 가장 독이 강해
한번 물리면 일곱 발자국을 떼기 전에 죽는다는
까치 살모사가 아닐까 싶다.
물렸으면 곧장 세상 하직했을 듯 보인다.
여름숲이 많이 무성해졌다.
이제 길없는 수풀로 다닐 때는 조심해야 겠다.
부스럭 수풀을 흔드는 소리에
소름이 등골을 훑고가는 계절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6월 23일 경기도 팔당의 예봉산에서

10 thoughts on “뱀과 소름

  1. 뱀은 선뜻 손으로 못 만지겠더라구요.
    진화과정에서 그렇게 진화를 했다는데…
    길에서 직접 뱀이랑 곰 보면 꽤 무서울 것 같아요..

    1. 전 어릴 때는 뱀을 좀 주물렀는데 크고 난 뒤에는 못하겠더라구요.
      어릴 때는 시골서 자라 별로 무서운 걸 몰랐다는…
      사진에 나온 뱀 같은 경우에는 건드리면 큰일나죠.
      캐나다는 곰도 마주치고 그러는가 봐요.
      여긴 곰은 볼일이 없고… 멧돼지는 산에 가면 부딪치기도 합니다.

  2. 아! 아깝다!
    옆에 딸기만 있었으면 언젠가 제가 주문했던 ‘뱀딸기’ 촬영 끝나는 건데요.ㅋㅋㅋ

    그나저나, 그 등골오싹한 순간에도 카메라 셔터는 어김없이 누르셨군요.
    하이튼 대단하세요. 그러면 뱀은 처음으로 찍어보신거가요?

    1. 뱀 대가리까지 찍기는 힘든데 이번에는 어떻게 찍는데 성공했다는 거 아니겠어요. 종종 보긴 보지만 역시 뱀은 뱀인지라 친해지기는 어려운 듯. 제가 여름산 싫어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여름에 뱀이 출몰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2. 털보 아저씨!
      저희가 지금 책에서 뱀 사진 찾아보니까 까치 살모사 같애요.

      아저씨 혼자 예봉산 또 갔어요?
      그런데 그런 산에도 뱀이 있어요?
      산에 어디쯤에 있었어요?
      가슴 속까지 시원한 아이스께끼 아저씨 있는데 있었어요?
      이제 예봉산 무서워서 못 가겠어요.

    3. 걱정안해도 돼.
      전에 갔던 그 길에는 뱀이 없어.
      이 길은 사람들이 잘 다니질 않는 또다른 길이야.
      전에 올라간 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라
      뱀들이 거의 없어.
      우리도 뱀 싫어하지만 뱀들도 우리 싫어하거든.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으로는 뱀들도 잘 안와.
      우리가 꼴보기 싫거든.
      그러니 예봉산에 또 가도 된다.
      이번에는 예전 그 길로 안가서 아이스께끼 아저씨는 못봤다.
      아저씨도 깜짝 놀랐다.
      이번에는 산에 가지 말고 한강에 나가서 자전거 타자.
      한강에는 뱀은 없고 길이 뱀처럼 구불거리면서 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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