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싸웠다.
언성을 높인 목소리가 우리 집을 빠져나가
옆집 창문을 뒤흔들었다.
거친 싸움이었다.
다음 날, 하루 종일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시집을 뒤적거리다 시 한 편을 만났다.
위층 집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저것들은 사랑하고 있다.
걱정할 것 없다.
—김주대, 「신혼부부」 전문
신혼부부는 아니지만
시를 읽고 난 뒤에야 겨우 진정이 되었다.
서로가 서로를 진정시켜 주지 못하는 슬픈 싸움의 뒤끝에서
시인의 시 한편이 나를 진정시켜 주었다.
시 한편을 진정제처럼 털어넣고
이제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인용된 시의 출처
김주대 시집, 『꽃이 너를 지운다』, 천년의 시작, 2007, p.76.
6 thoughts on “부부 싸움 — 김주대의 시 「신혼부부」”
좋은 시네요. ^^
그 뒤로 화해하신 거겠죠? ㅎㅎ
효능이 거기까지 미치진 못하더라구요.
그래서 다른 시들을 계속 읽고 있어요. ^^
바로 시가 시작되는 줄 알았습니다.^^
시라는 진정제, 가끔 위무와 각성이 되죠.
내일 저녁 오랜만에 밥 한 번 함께 먹으실까요?
돌아오신 건가요.
예전에는 싸우고 나면 꼭 혼자 영화를 보러갔었는데…
그럼 좀 위안이 되곤 했어요.
위안을 서로에게 얻어야 하는데
바깥에서 위안을 얻고 버티니 그때나 지금이나 그건 슬픈 듯.
요즘은 영화는 집에서 보게 되네요.
ㅎㅎㅎ
이거 참 나원 이거 원 참
웃으면 안되는데 웃음이 나와요.
미안합니다.
동원님네는 분명 사랑하고 있는 거예요.
누가 이 시를 보고 댓글에 이렇게 해놨더라고요
신혼부부가 싸우면 사랑
중년부부가 싸우면 확인
노년부부가 싸우면 생존
이라고요…
그러니까 동원님네의 싸움은 사랑 혹은 사랑의 확인이겠지요…
부러워요…ㅎㅎㅎ
이거 참 웃으면 안되는데 또 웃음이…
저희 부모님은 평생 싸우셨는데 아버지 돌아가실 무렵엔 싸움이 사라지더라고요.
그냥 묵언 고요 침잠 그런 분위기였어요…
싸움은 사랑
싸움은 확실히 사랑일 것입니다.
아직은 죽으면 안되는데 이번 싸움으로 생명 연장의 꿈이 이루어진 거였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