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쑤시개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7월 15일 내 방에서

그의 마우스 패드 옆에
오늘도 또 이쑤시개가 떨어져 있다.
허리를 꺾고 적당한 각도를 재고 있다.
다른 하나는 과감히 반쪽을 버리면서
그 각도를 곧게 폈다.
들쑥날쑥한 리아스(rias)식 이빨을 가진 그는
무엇을 먹고 나면 언제나 이쑤시개와 친하다.
이쑤시개는 마치 악어의 이빨 속을 드나드는 악어새처럼
그의 엄지와 집게를 날개삼아
날렵하게 그의 입속을 드나든다.
겉을 드나들 때는 허리를 꼿꼿하게 펴지만
속을 엿볼 때는 허리를 꺾고 각도를 잰다.
마우스 패드 옆의 이쑤시개가 재고 있는 각도는
그의 입 속, 깊숙한 곳을 엿볼 때의 각도이다.
간혹 그 각도를 버리고
딱 절반만 취한 길이로 짧게 허리를 펴기도 한다.

한 여자가 들어와 이쑤시개를 치우려다 그대로 두었다.
허리를 꺾은 이쑤시개에 그가 실려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쑤시개를 치우면 그가 지워질 것 같았다.

잠시 후 또 한 여자가 들어와 이쑤시개를 치웠다.
쓰고 버린 지저분하고 더러운 이쑤시개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쑤시개에 실려있던 한 남자도 함께 지워졌다.

가끔 이쑤시개에도 어떤 사람의 존재가 실린다.
마치 그 사람이 즐겨입는 옷에 그 사람의 존재가 실리듯이.
한동안 내 존재는 빨간 옷에 실린 적이 있었다.
내 존재가 실린 것들은 종종 좀더 오래 내 곁에 머물려 한다.

2 thoughts on “이쑤시개

  1. 한 여자와, 잠시 후 또 한 여자가 누구인지 알거 같아요
    또 그들의 심정도 살짝 알 듯 하고요 ㅋㅋ
    이런 주제와 상관없는 댓글..

    1. 두 여자가 다 같은 여자예요.
      이랬다 저랬다 해서 더 헷갈려요.
      오늘 좋은 시간 보내세요.
      집에 누가 와 있어서 못가게 되었어요.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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