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샤와

Photo by Kim Dong Won

어머니는 그녀와 내가 다투고 나면
하루쯤 아무 말없이 넘기고 나서는
이틀쯤 되고 난 뒤에 슬그머니 내게 묻는다.

“그래 샤워했냐.”

모르는 사람들은 무슨 뜬금없는 샤워냐 하겠지만
나는 그 샤워가 무엇인지를 잘알고 있다.
어머님이 묻는 것은 사과했냐는 것이다.
어떤 연유로 사과가 어머니에게서 샤워가 되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정확히는 샤워가 아니라 샤와에 가깝다.

“니가 잘못했어. 그러니 니가 샤와해라.”

어머니는 언제부터인가
사과라는 말에서 각진 기역자를 슬그머니 없애버리고
그 자리에 둥근 이응자를 슬쩍 집어넣어 쓰고 계시다.
모나고 각진 마음, 이제 좀 둥글게 가지고 살라는 뜻에서 일까.
아님 사과하고 나면 샤워한 것처럼 개운해질 것이란 뜻에서
어머니의 사과는 샤워가 된 것일까.
어머니의 사과에선 사 또한 점 하나를 더 찍어 샤로 그 모습을 달리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점 하나의 사는
마음을 밀어 사과를 이끌기보다
그냥 쿡 찌르듯 내뱉는 느낌이 강하다.
부드럽기도 쳐도 사보다는 샤가 훨씬 부드럽다.
그 때문인지 점 두 개의 샤는 사과를 부드럽게 이끌어내는 느낌이다.
이번에도 어머니는 내게 샤와하라고 했다.
날은 더웠지만 나는 이번에도 샤워하지 않았다.
어디 산이라도 하루 갔다 올까 생각 중이다.
요즘은 산에 갔다 오면
도저히 샤워를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는 날들이다.

4 thoughts on “어머니의 샤와

  1. 저도 가깜은 집사람과 다투고나면 누군가가 화해/사과하라고 해주면 좋겠어요.
    둘만 사니까 서로 말도 안하고 며칠씩 보내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느낌인지라…
    누가 “샤와”하라고 하면 더 금방 샤와하고 싶을 것 같은데..

    1. 어제는 오블 친구들 만나 밤새 술을 마셨어요.
      지금 약간 정신이 몽롱.
      한 분이 우리도 다투냐고 묻더군요.
      아침이 뿌옇게 밝아오는 다섯 시쯤 기어들어왔다는.
      일단 샤워는 하고 눈을 좀 붙였죠.

  2. ㅎㅎ 샤와하기 싫으신 모양입니다.
    서로 샤와하면 더 좋을 텐데…제 생각으로는
    샤와는 같이 동시에…타이밍을 잘 맞춰야 되는데…
    샤워할 때 서로 등 밀어주고 그러듯이…샤와도 함께 시원한 맥주 한 잔 하시면서…제 소견머리 없는 의견입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