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어떻게 오셨나요?
어렸을 때는 참 건강했는데
어느 날부터 싱그럽던 제 푸른 몸의 여기저기에
붉은 두드러기가 도돌도돌 돋기 시작했어요.
무슨 죽을 병에 걸린 것은 아닌가
퍼뜩 걱정이 되지 뭐예요.
붉은 두드러기가 돋고부터는
몸도 찌뿌등한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서 이렇게 의사 선생님을 찾아오게 되었어요.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사실은 아주 건강한 징조예요.
여름으로 접어들면
괴불나무라면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증상이거든요.
가을까지 쭉 이어지죠.
오히려 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예요.
그건 불임이라는 심각한 사태가 되죠.
그리고 찾아온 김에 일러두는데
이건 두드러기가 돋는게 아니고
사실은 열매가 열리는 거예요.
두드러기 돋는다는 말은 사람들이 쓰는 말인데
그런 말을 쓰면 괜한 걱정이 생겨요.
안아프던 몸도 마치 아픈 듯 느껴지죠.
그러니 앞으로는 그런 인간의 말은 쓰지 말아요.
괴불나무라면 올해도 탐스런 열매가 무지 많이 영글고 있구나라고
생각을 하며 뿌듯해야할 일이예요.
아, 그리고 근처에 앵두나무가 살고 있으면
괜한 걱정으로 병원까지 찾아올 필요가 없다고 전해줘요.
가끔 앵두나무도 똑같은 증상으로 찾아올 때가 있거든요.
상담료는 받지 않았으며,
괜히 정말 의사라도 된듯 으쓱해진 기분이었다.
2 thoughts on “괴불나무와 함께 한 의사놀이”
하마터면 귀찮게 내일 병원 갈 뻔 했어요.
휴, 병원 가기 전에 여기 들르길 잘했잖아요.
저두 얼마 전부터 몸에 시퍼런 두드러기가 나더니 날이 뜨거워지니깐 갈수록 이 두드러기가 빨개지는 거예요. 이거 이거 아무래도 중병이다 싶어서 낼을 꼭 병원에 가볼려고 했었지요.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
혹시 감나무나 다른 나무들이 무슨 혹이 자꾸 돋는다고 걱정하면 걔네들도 좀 안심시켜 주세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