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님이 몸을 불살라 부처님전에 바쳤습니다.
문수 스님입니다.
스님은 마지막 길을 가면서 짧은 글을 하나 남겼습니다.
문수 스님이 남긴 글은 이명박 정권에 대해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 폐기하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스님이 입적한 뒤 어떤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분신이란 말로 깎아내리려 했습니다.
그러나 눈이 밝은 이들은 그의 죽음에서
자신의 몸을 부처님전에 바쳐 4대강 사업을 막으려 했던
소신공양의 실천을 보았습니다.
7월 17일 토요일,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문수 스님의 49재를 하루 앞두고 추모 행사가 열렸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스님의 소신공양을 기렸습니다.
어린이 두 명이 촛불을 나눕니다.
스님이 지핀 4대강 반대의 불길이
작은 촛불로 하나 둘 번져 갑니다.
제 몸을 살라 어둠을 밝히는 촛불은
소신공양으로 4대강 사업을 막으려 했던 스님을 닮았습니다.
추모제 내내 빗줄기가 끊이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비에 개의치 않고 촛불을 들고 자리를 지켰습니다.
문수 스님은 이제 그 자리에 함께 한
사람들의 가슴 속으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를 마음 속에 들인 사람들은
그가 세운 뜻을 더 높이 일으켜 강을 지키고자 했습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일어났던 촛불이
이제는 4대강 사업을 막기 위해 어둠 속에서 다시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사람들 가슴 속으로 들어간 문수 스님은
막아야 할 것은 강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임을
사람들에게 분명하게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수 스님을 떠나 보낸 사람들은
한편으로 슬프기도 했습니다.
빗줄기가 억누를 수 없는 사람들의 슬픔처럼 쏟아지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또 눈가로 번지는 자신들의 슬픔을 막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가슴에 품은 문수 스님을 치켜 들기도 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에 보내는 경고장이기도 했습니다.
한 손에는 촛불을, 한 손엔 강이 우리의 생명이란 외침을 들고
오는 비를 다 맞으며 사람들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벽이 되어 이명박 정권의 개발 정책을 막고자 했습니다.
가슴 속에 스님을 남겼어도
사람들의 표정엔 한결같이 슬픔이 역력하기도 했습니다.
스님을 보낸 슬픔과
스님의 뜻으로 4대강 사업을 막아야 겠다는 의지가 뒤섞인 자리였습니다.
슬픔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슬픔으로 스님을 품고
분노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자 했습니다.
한 우산을 둘이 쓰고 추모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촛불도 하나만 밝혔습니다.
우산 속의 둘이 하나였고,
촛불을 밝힌 둘의 마음도 하나였습니다.
빗줄기가 자꾸만 거세집니다.
그러나 촛불은 꺼지지 않습니다.
강은 우리의 생명임을 부르짖는 구호가 촛불을 지킵니다.
김선우 시인이 추모시를 낭독하고 있습니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자 무대에 오른 사람들이
아래 모여 그 비를 다 맞으며 행사에 참여해주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해 했습니다.
비는 사람들을 적시고,
아이 하나가 그 빗속에서 슬픔에 젖었습니다.
비가 어찌나 많이 왔는지
이제 발밑의 보도 블록 위로
사람이 비칠 정도로 잔뜩 물이 고여있습니다.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아이를 안고 잠재우면서 자리를 뜨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두 손을 모아
조용히 문수 스님의 뜻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4대강 삽질을 멈추라고.
빗속에서 세 시간 동안 끊임없이 외치고 있었습니다.
또 사람들은 그 빗속에서 촛불을 지킵니다.
작은 손으로 비를 가려 촛불을 지킵니다.
이명박 정권이 정녕 눈이 있고 귀가 있다면
세 시간 동안 그 빗속에서 촛불에 담아 외치고 있었던
사람들의 뜻과 목소리 앞에 무릎꿇고
당장 4대강 사업을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앉은 자리의 아래로 촛불을 내려 안전하게 밝혀놓기도 합니다.
하긴 세상을 아래로부터 밝혀가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꿈일 것입니다.
시간이 밤 9시 39분을 지나고 있습니다.
시간은 하얗게 밝혀 놓았는데
밤은 어둡고 비는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여기 또 한 사람이 촛불을 지킵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이 그 대열에 들어섭니다.
촛불을 지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바람이 자꾸 촛불을 흔듭니다.
촛불은 흔드는 바람은
4대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삽질 광풍입니다.
사람들이 그 미친 바람 앞에서
4대강을 지키려 촛불을 밝히고
또 그 촛불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촛불은 결국은 이명박 정권의 개발 광풍을 잠재우고야 말 것입니다.
젊은 청년 하나가 말합니다.
“강은 우리의 생명”이라고.
단순히 말이 아니라 가슴으로 말합니다.
비오는 궂은 날씨를 마다않고 세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킨 것을 보면
그의 얘기는 가슴에서 나온 것이 분명합니다.
가슴에서 나온 얘기만이
그렇게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4대강 개발 중단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비온 뒤의 죽순처럼 여기저기 솟아오릅니다.
“문수 스님, 문수 스님,
기억하겠습니다, 우리 가슴에”
지나치며 읽는 그 문구가 사람의 마음을 울립니다.
스님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려 공명을 낳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가슴에 남은 문수 스님은
“4대강 개발 중단”의 목소리로 울리고 있었습니다.
추모제는 기도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촛불처럼 두 손을 모았습니다.
사람들이 촛불처럼 켜든 두 손의 기도에는
문수 스님의 극락왕생을 비는 마음과
4대강 사업 반대의 마음이 담겼습니다.
추모제는 10시 30분경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시작할 때 훤하던 서울 시청앞 광장에 어둠이 덮여 있었지만
여기저기 촛불들이 환했습니다.
3 thoughts on “문수 스님 49재”
그 기적이 점점 꺼져야 할탠데. 광풍에 꺼지지 말고
고치신 김에 하나 더 고치실래요? ㅎㅎ
고칠께요–> 고칠게요
‘~할께요’ 가 ‘~할게요’로 바뀌었거든요.
저는 그냥 좋은 글을 읽고 가는 손님입니다.
더운 여름, 잘 지내세요.
모르는 사람에게 말 거니 영 쑥스럽네요. ^^*
고맙습니다.
입에 붙어서…
말걸면서 알게 되는 거죠, 뭐.
이번 여름 그래도 여름 답기는 해요.
제가 드리워준 나무그늘에서 느닷없이 신세를 지네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