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사랑, 그리고 그림자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6월 23일 경기도 덕소의 적갑산에서

가느다란 줄기에
푸른 사랑 하나 걸려있었다.
나뭇가지 사이를 비집고 햇볕이 들자
그 푸른 사랑,
그만 햇볕에 눈이 부셔
제 그림자를 땅으로 툭 떨어뜨렸다.
사랑은 그림자만 어른거려도
그 주변이 훤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6월 23일 경기도 덕소의 적갑산에서

4 thoughts on “푸른 사랑, 그리고 그림자

  1. 10초만의 장면이라니…
    사진이 찰나의 예술이란 것을 실감나게 하네요.

    사랑의 그림자가 사랑 그 자체보다 더 실재 같아요.
    으아, 그렇게 생각하니 슬프네요.ㅠㅠㅠㅠ

    1. 휴가에서 돌아오신 건가요.

      그림자는 대개 어두운 법인데
      그림자마저 빛을 발하는 것이 사랑의 실재인지도 모르죠.
      살다가 삶에 휘둘려 사랑이 희미해질 때쯤
      사랑의 뒷편으로 서린 그림자가
      사랑은 그림자도 환하게 빛을 발한다며
      사랑을 다시 가르쳐주는 것인지도 모르니
      너무 슬퍼하진 말아요.

  2. 그 참 사진이 아주 절묘하네요.
    그림자가 오히려 주변을 밝게하는…
    어둠이 밝음을 만들어내는 사진의 역설입니다.

    1. 요게요, 제가 산의 능선을 타고 걷고 있다가 딱 요 앞에서 걸음이 멈추었는데 카메라 들이대고 10초만에 이 장면이 사라져 버렸어요. 한마디로 아슬아슬하게 이 장면을 손에 넣었다는 것 아니겠어요. 햇볕이 구름 뒤로 몸을 숨기면서 이 앞에서 잠시 쭈구리고 앉아 기다리다가 결국 다시는 이 장면을 다시 보지 못하고 산을 내려와야 했다는 거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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