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사는 사람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6월 23일 경기도 덕소의 철문봉 산자락에서


가끔 사진 한 장으로
주절주절 많은 얘기를 늘어놓을 수 있습니다.
우선 사진에서 보이는 강은 한강입니다.
막 팔당댐을 빠져나온 강줄기가
서울을 향하여 걸음을 내딛고 있는 부분이죠.
강을 가로질러 강의 저 편과 이 편을 이어주고 있는 중간의 다리는
팔당대교라고 불립니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이 전해진 어느 날 밤
서울 방향의 야경을 찍겠다고
걸어서 저 다리 위로 올라간 적이 있었습니다.
바람이 어찌나 심했던지
이러다 바람에 내가 날려가지나 않을까하는 공포감을 느끼고
급하게 다리를 내려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바람이 심하면 오히려 숨을 막는다는 것도 그때 실감했죠.
물론 그 뒤로 다시는 다리 위로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강건너 왼쪽으로 보이는 산은 검단산입니다.
오르는 길이 다양해서 여러 길로 즐길 수 있습니다.
오르는 길마다 주는 풍경이 다릅니다.
또 계절마다 풍경이 다르니
사실 한해내내 즐길 수 있는 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 산을 참 여러 번 올랐습니다.
강줄기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검단산 산줄기가 강의 왼편으로 그 높이를 낮춘 곳에서
곧바로 팔당댐을 만날 수 있습니다.
홍수가 나면 팔당댐이 수문을 열고 물을 쏟아냅니다.
그러면 그 풍경을 보려고 사람들이 모이기도 합니다.
보통 때 한낮에 팔당댐으로 나가면
물밖으로 머리를 드러낸 바위들 위에서
마치 망토라도 펼쳐든 듯 날개를 펼치고 햇볕에 잘 말리고 있는
윤기나는 까만색의 가마우지떼들도 볼 수 있습니다.
가운데 보이는 팔당대교의 오른쪽으로
아파트들이 줄지어 늘어선 도시는 하남입니다.
이런 산과 강을 바로 곁에 두고 있으니 참으로 살만한 곳입니다.
가끔 하남사는 사람들은 팔당대교를 건너
이렇게 하남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예봉산에 올라볼 일입니다.
그럼 지금 살고 있는 하남이 상당히 괜찮아 보이거든요.
이렇게 사는 곳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경우도 흔치 않습니다.
예봉산에서 내려다 보면
하남은 좋은 곳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절로 안겨줍니다.
사실 하남에 산다고 왜 힘든 일이 없겠어요.
삶이란 다 그런 것이어서 어디에서 사나 힘든 순간들이 있겠죠.
하지만 그래도 하남 사람들은 복받은 겁니다.
가끔 이렇게 팔당대교를 건너 예봉산에 오르고
자신들이 사는 곳을 한눈에 내려다 보면
내가 참 좋은 곳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 것이고
그러면 삶의 힘겨움도 많이 덜어질테니까요.
예봉산 자락의 하나인 철문봉을 오르다
한참 동안 걸음을 멈추고 하남을 바라보았습니다.
바라보는 내내 참 사람들이 좋은 곳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나도 내 삶이 힘들 때면
내 삶이 바라보이는 높은 산에 올라
내 삶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4 thoughts on “하남사는 사람들

  1. 우리 동네로 이사오셔야겠는데요.^^
    하남 사는 사람들의 긍지를 한 뼘은 높여주시네요.
    그러고보니 벌써 17년째 살고 있으니
    서울에 이어 제2의 고향이 된 셈이지만,
    예봉산이나 철문봉에 오른 지 얼마 안돼 이런 느낌을
    딱히 못 갖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새 달 새 아침을 상쾌하게 열도록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1. 16번 버스 타고 가서 미사리 강변을 따라 걷다가 어느 날 창우리 방면의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고 그래서 그 길로 검단산까지 올랐던 적이 있어요. 물론 당연히 좋았지요. 하루에 강과 산을 모두 다 맛보았으니 말예요. 배알머리인가 그쪽으로는 계곡도 좋다고 해서 언제 한번 그쪽으로도 기웃거려 보려구요. 아는 분이 살고 있으니 부러움이 더 커지는 거 같아요. 실감나는 부러움이랄까. 아마 아는 사람이 없었다면 느낌이 좀 모호해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근데 저 사진 마치 엽서같지 않나요? 은근슬쩍 막 강요한다는. ㅋㅋ

    2. 그냥 볼 땐 별 감흥이 없었는데,
      확대해 보니까 진짜 엽서 같은데요.
      이상한데요, 엽서는 되게 쪼그만데
      이 엽서는 달력 크기마냥 확대해야 진가가 확인되니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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