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소에서
한 여자가 버스를 기다리며
그에게 문자를 보낸다.
문자는 그녀를 싣고
곧장 그에게로 달려간다.
그녀는 여기 있으나
동시에 이미 그의 곁에 가 있다.
그녀는 아마 버스를 타고 나서도
문자를 보낼 것이다.
그녀는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여전히 이미 그의 곁에 가 있다.
그의 곁에 있으면서도
또 그의 곁으로 가는 시대이다.
버스 정류소에서
한 여자가 버스를 기다리다
그의 문자를 받는다.
문자는 그를 싣고
지금 막 그녀에게 달려온 길이다.
그는 어딘가 먼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으나
동시에 그는 이미 그녀의 곁에 와 있다.
아마 그녀가 버스를 타고 나서도
계속 문자가 올 것이다.
그녀가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여전히 그는 이미 그녀의 곁에 와 있다.
그녀의 곁에 있으면서도
또 그녀가 곁으로 오길 기다리는 시대이다.
우리는 기다림의 시간을 건너가 그녀를 만났으나
오늘날의 그녀는 기다림을 말끔히 지우면서
그를 만나러 간다.
기다림을 그도 함께 지운다.
2 thoughts on “기다림과 만남”
그림 좋네요.^^
중앙차선 버스정류장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그녀의 내밀한 삶을 멀리서도 잡아 내는 렌즈는
도대체 몇 배 줌인가요?
이제 막 어둠이 내린 시점이라… 이럴 때는 밝은 렌즈란 것이 필요하죠. 50밀리 렌즈 중에서 제일로 밝은 렌즈를 끼고 있었습니다. 밤에는 항상 그 렌즈를 끼죠.
원래 찍을 때는 까만 버스 정류장 프레임과 그녀만 눈에 들어왔는데 집에 와서 보니까 뒤쪽으로 사람들이 있네요. 찍을 때 제가 강조하고자 하는 걸 냉큼 알아채고 다른 것은 찍지 않는 카메라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아, 여기 중앙 차선 아니구요, 그냥 길가 버스 정류장이예요. 저는 길너편에서 버스 기다리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