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와 암초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8월 3일 경기도 여주의 신륵사 강변에서


바위 하나가
제 이름을 버리고
물 속으로 몸을 담가
암초 인생을 시작했죠.
사실 처음에 그 바위는
바위도 아니었어요.
그냥 없는 사람들이
좀더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박하고 여린 우리들의 마음이었죠.
그런데 그 마음이
크게 상처를 받았어요.
상처받은 마음은 점점 굳어가더니
결국은 큰 바위가 되기에 이르렀어요.
우리의 마음에 상처를 준 그 인간,
그 바위가 자신이 준 상처인 줄도 모르고
바위를 부셔버리겠다고
온간 치사한 짓을 다 했죠.
바위는 그 이름을 버리고
강속으로 몸을 담갔어요.
강도 그 인간의 삽질로
상처받고 신음하고 있었죠.
강에 몸담고
이제 바위라는 이름을 버리고
암초가 된 우리의 마음은
강의 아픔을 달래주며
강속에서 지냈어요.
하지만 그냥 그렇게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며
세월을 보낼 수는 없었죠.
드디어 암초는
6월 2일날,
그 삽질 인간의 발을 걸어
넘어뜨렸죠.
그 삽질 인간, 호되게 넘어지고 말았죠.
무릎이 좀 까진 것 같았어요.
이제 정신 차리나 했는데
없는 정신을 차릴 수는 없나봐요.
여전히 더 정신나간 짓이예요.
아마 다음에 암초는
그 인간의 무릎을 꺾어
아예 일어나지도 못하게 하고 말거예요.
사람들의 마음이란 그런 거예요.
대개는 소박하고 여리지만
상처받으면 뭉쳐서 커다란 바위가 되죠.
그러다 그 바위를 부셔뜨리려 하면
물 속으로 숨어서 암초 인생을 시작하죠.
그리고는 무너뜨려야 할 것들을
넘어뜨려 결국은 물속에 사장시켜 버려요.
마음이 굳어서 된 암초란 정말 무서운 거예요.
여주의 신륵사에 놀러갔다가
그 앞의 강에서 분명하게 봤어요.
삽질 인간을 꺾고 무너뜨리고야 말
바로 그 민심의 암초를.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8월 3일 경기도 여주의 신륵사 강변에서

2 thoughts on “바위와 암초

  1. /대개는 소박하고 여리지만
    상처받으면 뭉쳐서 커다란 바위가 되죠.
    그러다 그 바위를 부셔뜨리려 하면
    물 속으로 숨어서 암초 인생을 시작하죠./
    김동원님 저도 블러그 놀러왔어요^^
    이렇게 아픈마음을 물결에 큰 바위에 잔잔하고도 굳건하게 노래하셨군요
    잘 듣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1. 신륵사 가는 길에 본 강변의 그 엄청난 토사들이 정말 마음을 심란하게 하더군요. 온강을 다 헤집는다는 느낌이었어요.
      방문 고마워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