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에 있는 중원계곡으로 폭포 사진 찍으러 갔더니
젊은 사람들이 여름 한날을 시원하게 보내는데 그치질 않고
동시에 아찔하게 보내고 있었다.
그들의 여름 한날이 아찔하고 시원하게 가고 있었다.
계곡 물에 발 담그면 누구나 시원함은 얻지만
아찔함은 쉽게 얻기 어렵다.
아찔함은 높이가 주기 때문이다.
아찔함을 얻고 싶다면 높이부터 얻어내시라.
높이를 얻어냈다면
이제 그 높이를 버리시라.
높이만 취해도 아찔아찔하긴 하나
그것은 아찔함의 궁극은 아니다.
높이를 버리면서 얻는 아찔함이
바로 아찔함의 궁극이다.
몸은 잠시 허공에 머문다.
짧은 순간이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지만
사실은 추락을 몸에 새기는 중이다.
추락은 허공에서만 몸에 새겨진다.
요것을 간파한 시인이 있었으니 이현승이다.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이현승의 시 「낭떠러지」를 한번 읽어보시라.
입수 직전.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 했지만
물도 두드려보고 들어가야 한다.
손과 머리만 집어넣고 잠시 물을 더듬어 보아야 한다.
우리는 사실 모두 그걸 알고 있다.
개중에는 발이나 엉덩이로 더듬는 족속들도 있다.
세련된 사람들은 손과 머리로 더듬는다.
쑤욱 물속으로 빨려들어갔다면
뜨거운 물의 포옹을 받은 것이다.
물의 포옹은 아무리 뜨거워도 동시에 시원하다.
그렇지만 물은 항상 우리들을 안아주지 않던가.
물이 우리를 안아주지 않는 경우도 있던가.
무슨 소리! 그런 경우가 있다.
예전에 어떤 연극에서 물에 뛰어드는 장면이 있었다.
배우가 무대 뒤편을 향하여 뛰어내리면
그가 사라지면서 풍덩하는 소리가 났었다.
어느 날 그가 뛰어내리긴 했는데
그만 사운드 효과가 제대로 작동이 되질 않아
풍덩하는 소리 대신 ‘쿵’하는 소리가 나고 말았다.
잠시 뒤 무대 뒤편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쿠, 오늘은 물이 얼었군!”
물이 항상 우리를 받아주고 포옹해주는 건 아니다.
우리가 물속으로 들어가면
그 순간 물은 환희에 들떠
우리와 반대로 물위로 솟구쳐 오른다.
물의 환희는 하얀 빛이다.
그 환희의 순간이 우리에겐
시원함의 절정이기도 하다.
우리를 맞는 물의 환희는
삼삼칠 박수도 아니고, 기차 박수도 아닌
둥그런 회전목마 박수로 마무리된다.
물의 환희 앞에서 자꾸 집착하면 안된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사람들은 물에서 만큼은 그걸 안다.
다들 박수가 사그라듦과 동시에 그 자리를 나온다.
하지만 높이를 버리고 뛰어내리는 것이
아찔하고 시원하긴 하지만 자꾸 보다보면
무엇인가 좀 밋밋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럴 때는 이런 밋밋함을 한번 뒤집어 주어야 한다.
그 밋밋함을 뒤집어 주려면
그때는 앞이 아니라 뒤로 뛰어내려야 한다.
아마도 처음에는 물로 뛰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하늘로 뛰어내리는 느낌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하늘로 뛰어내릴 순 없다.
그래서 하늘로 뛰어내린 바로 그 다음 순간
세상이 뒤집어 지면서 다시 몸은 물로 향한다.
그냥 앞으로 뛰어내리면 물 속으로 내리꽂히지만
뒤로 뛰어내리며 몸을 한바퀴 뒤집게 되면
순간 물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그 순간 마구 달려가 물과 포옹하고 싶어진다.
그래도 옆으로 달릴 수는 없는 법.
달리려면 아무래도 몸을 세워야 한다.
이렇게 달리다가는 절벽과 포옹할 것 같지만
허공에선 절대로 그렇지 않다.
허공은 우리들이 어디로 달려도 항상
물의 품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허공은 우리들을 물의 품으로 이끌어주는
충실한 안내자이다.
역시나 우리들을 맞는 물의 환희는 예외가 없다.
하얀 환희는 물을 박차고 허공으로 높이 치솟아 온다.
그리고 물론 그 환희는 곧바로 잦아든다.
우리는 또 예외없이 물에선
박수칠 때 떠난다.
사람들이 물의 가슴으로 뛰어들 때마다
물의 가슴이 하얗게 헤어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런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게 물의 가슴을 찢어놓는 일은 아닌가
염려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걱정은 거두시라.
물의 가슴은 아무리 격하게 뛰어들어도 곧장 아문다.
아찔하고 시원한 여름 한날로
종종 가슴이 하얗게 해지고 또 찢어지곤 했지만
이내 물의 가슴은 치유가 되어
그 고요한 평화를 되찾았다.
2 thoughts on “아찔하고 시원하게”
우와~ 이럴 땐 블로그도 연속 사진 보는 기능이 있어
동영상 분위기를 내줘 스크롤 압박을 줄여주면 좋겠네요.^^
저는 다이빙하는 친구들보다 노란색 입은 친구가
바위에 올라가 구경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네요.
플래시를 배우거나 자바스크립트를 잘 알면 그게 가능할 것 같은데 둘다 잘 몰라서리.
밑의 글만 없으면 영상처리는 가능하지만요.
어릴 때 저도 저 정도 높이에서 하루 종일 높이를 얻어냈다 버리며 놀곤 했었죠.
마음은 그 시절만 같아서 뛰어들고 싶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