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7월 4일 강원도 영월에서

혹시 오늘 호박 반찬 해드셨어요?
아님 호박죽이나 뭐 그런 호박 요리도 좋구요.
만약 그렇다면 속이 환해지실지도 몰라요.
제가 봤거든요, 고향에 놀러갔다가.
어느 집 담장밑에
분명히 노란 별로 떠 있었어요.
훤한 아침에도
그렇게 선명하게 떠 있는 별은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알게 되었죠.
바로 그 별이 영글어 호박이 된다는 것을.
고향에서 20년을 사는 동안에는
무수히 보면서도 한번도 못보았는데
간만에 내려간 고향에서
그걸 보았지 뭐예요.
고향은 이상해요.
있을 때는 챙겨주지도 않더니
오랫 동안 객지 생활하다가 잠깐 들렀다 가면
꼭 이렇게 뭘 챙겨주곤 해요.
객지에서 고생하는 녀석이
더 애틋한 것이려니 하는 생각은 들어요.
고향에서 챙겨온 별 때문에
나도 이제는 호박 반찬을 먹을 때마다
속이 환해질 거 같아요.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7월 4일 강원도 영월에서

8 thoughts on “호박꽃

    1. 저도 정말 간만에 본 것 같아요.
      서울에서도 집안의 화분에 호박을 심는 사람들이 꽤 되는 것 같긴 한데… 꽃은 자주 못본 것 같아요.

  1. 함께 사는 며느리에게 여름 휴가 주시려고 친정 엄마가 저희 집에 와 계세요.
    엄마가 호박 반찬을 좋아하셔서 오늘 아침부터 호박 반찬을 했죠.
    그걸 해드렸드니 엄마 얼굴이 환해지시더라구요.
    노란별이 숨어 있었군요.

    시골에서 자라면서 호박꽃 가지고 소꿉놀이 많이 했어요.
    채 피어나기 전 호박꽃의 봉우리를 따서 썰어 놓으면 안이 노란 게 계란말이 같았거든요. 또 꽃 옆에 어떤 부분인진 모르겠지만 꼬불꼬불한 초록색 얇은 가지가 있었어요. 그건 죄 모아 놓으면 라면이 되고요…
    오랫만에 호박꽃 보니 어린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살아나네요.
    소꿉놀던 고향에 한 번 가보고 싶네요.ㅠㅠㅠㅠ

  2. 벽돌 얹어 놓은 영월 담벼락이 이삼십 년 전 서울 담벼락을 많이 닮았네요.
    호박꽃에서 샛노란 별을 보게 하시니, 저도 환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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