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3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 강변에서
매일 사람들이 모여 오후 3시에 미사를 올리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의 뜻을 모아 올리는 미사이다.
나도 처음에는 몇 번 참석했었는데
요즘은 이런 저런 핑계로 발길이 뜸한 편이다.
딸 아이와 1박2일의 일정으로 놀러가면서 가는 길에 잠깐 그곳에 들렀다.
강변엔 버드나무 마른가지를 꽂아서 세워놓은 십자가가 서 있다.
그 나무에서 싹이 돋아 화제가 되었던 그 십자가는
이제 완연하게 가지를 뻗으며 푸른 잎을 무성하게 키워놓고 있었다.
나무를 살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혹 강이 아니었을까.
강은 버려진 나무가 강변의 진흙밭으로 밑둥을 묻고 몸을 세우자
그 뿌리로부터 목타는 갈증의 소리를 들은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강은 가던 길을 멈추고
그 뿌리가 자리한 어두컴컴한 흙 속으로 슬그머니 스며들어
기어코 푸른 잎으로 살려낸 생명의 젖줄이 되어준 것이 아닐까.
강은 쭈그러드는 가슴을 마다않고 아이에게 젖을 물린 우리의 어머니처럼
그렇게 버드나무의 뿌리에 젖줄을 물리고 나무를 살려낸 것이 아닐까.
혹 나무를 살린 것은
매일 오후 3시 그곳에 모여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의 뜻을 모으고
그 뜻으로 두 손을 모았던 많은 사람들의 기도가 아니었을까.
그 기도의 간절함이 나무로 하여금
생명으로 일어서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은 아니었을까.
또 나무를 살려낸 것은
그 나무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죽음이 아니었을까.
내가 듣기로 오래 전 예수란 인물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지만
그는 믿는 자의 죽음이 소멸이 아니라 죽음으로 세상의 죄를 씻어
이 세상을 생명으로 살려내는 일이란 것을 보여주었다고 들었다.
나는 그가 그렇게 세상을 살리려고 죽었다고 들었다.
그 예수가 오늘 두물머리 강변에서 다시 십자가에 못박혀 자신을 죽음으로 내주고
그 죽음으로 다시금 두물머리 강변의 나무 십자가를
생명으로 일으켜 세운 것이 아닐까.
강변에선
강이 제 가슴을 젖줄로 내주고,
사람들이 간절한 기도로 나무를 일으켜 세우고,
나무 예수가 또다시 죽어 십자가 나무를 살리는데
그 강변에선 또
이명박 정권이 제가 살겠다고 포크레인 삽날로 강변을 헤집으며
온갖 살아있는 풀과 나무를 죽음으로 내몬다.
나무 예수는 죽어 나무를 살리고
그 예수에게 길을 물었을 한 교회의 장로라는 사람은
제가 살고 나무는 죽음으로 내몬다.
강변에 제가 죽어 살려낸 생명이 있었고,
강변에 제가 살자고 짓밟은 무수한 죽음이 있었다.
11 thoughts on “살리기와 죽이기”
지난번 양평에 함께 갔던 인옥언니랑 만날때마다 클라라 커피 얘기합니다.
조만간 우리 모두 양수리에서 모일까요? ㅎㅎㅎ
아는 집에 오면 모시고 가는 특별 코스가 되었어요.
가면 다들 감탄한다는.
일단 친구분에게 수종사도 한번 귀경시켜 드리세요.
아! 그리고 이 글 트위터로 가져가서 광고 한 번 할께요.ㅎㅎ
알겠습니다.
홍보비는 나중에 커피 한잔으로 드릴께요.
글을 읽어 내려갈수록 가슴이 뭉클해요.
맨 처음 털보님의 사진을 통해서 보았던 저 십자가는 빈약하고 무력할 뿐이었어요.
믿어지지 않게 그 십자가에 작은 싹이 돋았을 감동이 돋았었지요.
죽음으로 일으킨 생명,
살자고 짓밟은 무수한 생명…
지난 번에 양수리 지나 먼발치에서 어렴풋이 십자가를 본 것 같아요.
맑은 가을 날에 꼭 한 번 두물머리로 나가봐야겠어요.
이 십자가 나무가 지난 번 태풍도 이겨냈다는 거 아니겠어요.
이번에 들리면서 그 의미를 전해받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것 같아요.
여주 신륵사 가는 길에 강변에 산처럼 쌓여있는 흙들은 너무 끔찍해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더라구요. 그게 준설토가 아니라 강의 내장을 긁어낸 느낌이었어요.
칮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들었어요.
나무십자가의 푸른잎 정말 신기해요
양수리성당과 가까운곳인가요?
아름다운 글입니다…죽어가며…마른 젖을 물린 어머니같은 강…
양수리성당에선 한 3km 정도 된다고 나오네요.
양수역에서 내려 걸어오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저는 보통 버스타고 가서 양수시장에서 걸어갔어요.
차 가져가면 양평으로 가는 큰 도로의 다리 밑 주차장에 세우고 걸어가요.
걸어가는 길도 아주 좋아요.
강변의 갈대가 굽신굽신하면서 인사를 하거든요.
아… 알고 계신줄 알고…^^;; 찾아 보게 했나봐요 미안요^^
네 고맙습니다~
두물머리의 나무십자고상 꼭 직접 보고 싶어요.
요즘 문지양이 귀국해서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시죠? ^^
꼭 나뭇가지가 푸른 머리 같아요.
문지는 일주일 있다가 돌아갔어요.
알바해서 돈 벌어야 한다고…
학기 시작되면 알바를 많이 못하니까
방학 때 아주 많이 하는 듯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