눕혀서 일으키는 세상 – 화가 이상열작 「도원의 꿈」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9월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에서
화가 이상열 선생님
뒷편의 배경을 이룬 그림이 「도원의 꿈」

코엑스에서 국제아트페어가 열리고 있다.
화가 이상열 선생님도 참가하고 계시다.
간만에 선생님의 그림을 보러 전시회장을 찾았다.
벽면에서 200호의 커다란 작품이 나를 맞아주었다.
그림의 제목은 「도원의 꿈」이었다.
꽃이 핀 복숭아 나무가 담겨있었다.
「도원의 꿈」이니 아마도 복숭아밭이었을 것이다.
그 그림을 마주하자 그림에서 화가의 꿈이 보였고,
그 꿈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이상열 선생님은 그 복숭아밭을 경북의 영덕에서 마주했다고 했다.
아마 처음 그 복숭아밭을 마주했을 때 화가의 꿈은
그 복숭아밭을 캔버스에 눕히는 것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래야 그림이 되니까.
그리하여 그는 5개월여 그 풍경을 평면의 화판에 눕혔고,
그것이 바로 내가 마주한 그의 그림 「도원의 꿈」이 되었다.
하지만 그 그림 앞에 서면
그가 화판에 눕힌 복숭아밭이 누워있질 않고 분명히 일어서 있다.
일어서 있는 정도가 아니라
바람이라도 조금 분다면 꽃잎을 날리며 내 앞으로 쏟아져 나올 기세이다.
그 순간이 오면 나무 밑의 풀들도
모두 나에게 쏟아질 꽃잎들을 손을 흔들어 보낼 듯 발돋음을 하고 있다.
그렇게 그의 그림은 누워있으면서 일어서고 있다.
전시회 장을 돌아보았더니 색들이 그림이 되었을 때
항상 누우면서 일어서는 것이 꿈은 아니었다.
어떤 색은 화면에 누워 녹이 슬고자 했으며,
어떤 색은 불투명으로 누우면서 투명해지고 싶은 꿈을 꾸고 있었다.
화가마다 꿈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상열 선생님의 그림에서 내가 읽어낸 그의 꿈은 두 가지,
바로 하나는 세상을 화판에 눕히는 것이었고,
또 하나의 꿈은 화판 속의 그 세상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원래 그가 마주한 영덕 어딘가의 복숭아밭도
바로 누우면서 일어서는 것이 꿈이었을 것이다.
복숭아 나무는 대지를 화판으로 삼아 뿌리를 깊이 내리려 했을 것이며
그 깊이가 대지에서 삶의 원천이 되었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 복숭아 나무는 그 삶의 원천을 땅속으로 묻어두지 않고
꽃을 피워내 훨훨 세상을 날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무는 대지로 뿌리 내리면서 동시에 일어서려고 했을 것이다.
이상열 선생님은 아마도 그러한 나무의 꿈,
그러니까 대지 속으로 깊어지면서
동시에 지상으로 일어서려는 꿈을 본 것이 아닐까.
아마도 깊어지려는 꿈은 화판 위에선 화판 위로 눕는 꿈이 되지 않았나 싶었고,
일어서려는 꿈은 그 색들이 날아오르는 느낌으로 형상화되지 않았나 싶다.
오늘 이상열 선생님의 그림 「도원의 꿈」을 마주하고
누우면서 일어서는 이중의 꿈을 보았다.
한참 동안 그 그림 앞에 서 있다 왔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9월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에서

**전시회 일정은 다음과 같다
-전시회: 제9회 한국국제아트페어
-전시 기간: 2010년 9월 9일(목) – 13일(월)
-전시 장소: 코엑스 1층 A&B 홀, 부스 번호 B-38
-입장료: 15,000원

6 thoughts on “눕혀서 일으키는 세상 – 화가 이상열작 「도원의 꿈」

  1. 바쁘신 중에서도 항시 찿아주시고 또한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에게도 이번 전시는 좋은 경험이 된 전시회 였습니다.
    제가 한번 호출 드리겠습니다 ~~~^.^

    1. 좋은 결과 있으셨겠죠?
      갈 때마다 느낌을 달리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길을 열어가는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좋습니다.
      이번에도 그림보면서 행복하더라구요.
      원고 마감되면 덕소로 놀러갈께요.

  2. 저도 어제 마지막날이어서 일일 제쳐놓고 댕겨왔네요^^
    다리가 너무 아프고…그래도 즐겁게 보고 왔네요
    저기 계신 작가님도 얼핏 뵌것 같고요
    그림도 잘 보고 왔어요…

    1. 출품작이 너무 많아서…
      한 3일 내내 출근해야 다 볼 수 있을 듯 싶어요.
      국제아트페어라서 외국 작가들 작품도
      함께 볼 수 있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저도 눈의 호사를 누렸죠.

    1. 월요일이 마지막인데다가 평일이어서 좀 한가할 듯.
      토욜은 엄청 사람들 몰렸어요.
      너무 많아서 다 돌아볼 수가 없는 거 같아요.
      하지만 볼만 했어요.
      네덜란드 작가 중에 Bente라는 세라믹 조각가가 있었는데 제 눈길을 많이 끌었어요. 그 분 작품 앞에서도 한참 있었다는.
      금요일은 많이 즐거웠어요.
      사진은 좀 늦게 정리될 거 같아요.
      원고 쓸게 있어서 그거에 매달리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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