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집에온 택배 상자는
사각의 반듯함을 자랑했다.
귀퉁이나 가슴을 열어 물건을 내주면서도
그 사각의 반듯함을 잃는 법은 없었다.
그러나 오늘 온 택배 상자는 이상한 녀석이었다.
내가 애플 스토어에서 산 물건을 배달온 녀석이었다.
녀석은 내가 물건을 달라고 하자
언제나 잃지 않던 사각의 몸매를 헌신짝처럼 내 던지고
마치 전개도로 돌아가겠다는 듯이
제 몸을 동서남북으로 완전히 풀어놓았다.
대개 택배 상자들은 물건을 내주면서도
여전히 사각으로 짜맞춘 몸매를 잃지 않았는데
오늘 온 녀석은 그 사각의 몸매를 모두 버리고
완전히 평면으로 드러누워 가슴을 열었다.
나는 녀석이 정말 상자였는지 그것이 의심스러워
다시 녀석의 몸을 사각으로 짜맞추어 보기까지 했다.
모서리를 맞물리고 각을 맞추자
녀석은 언제나 보던 그 택배 상자로 돌아갔다.
사각에 묶여사는게 운명인 줄 알았는데
오늘 온 녀석은 모서리만 잠시 맞추고 있다 손을 놓으면
언제든지 그 사각의 몸매를
평면으로 흩어놓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녀석이었다.
오늘 아주 독특한 녀석,
전개도의 평면과 사각의 상자 사이를
언제든 오갈 수 있는 녀석을 만났다.
애플에서 온 녀석이었다.
4 thoughts on “택배 상자”
하하하… 그 상자 괜찮은 녀석이네요^^
사각틀…그렇죠 네 귀를 맞추고 긴장한다는게 ….^^
우리 나라건 아닌거 같아요.
아직까지 우리 나라가 요 정도 마무리는 못하는 거 같거든요.
안에도 비닐로 된 고정 장치가 있는데
그것도 아주 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더라구요.
이게 엄청 신경쓴 상자 디자인 같았어요.
상자는 괜찮은데… 그 안에 든 상품은 불량이 나서 교환했어요.
고거 재밌네요.
와꾸(ㅋ 일본어) 는 다 갖추고 내용이 불량?
세상에도 그런 사람 많은 것같은데.^^
요게 아주 환경친화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일단 풀칠을 안하고 상자 분해하여 접기도 좋구.
아이폰하고 색깔도 맞출겸 애플에서 샀는데… 어떻게 된게 제품은 엉망이고 상자만 맘에 들었다는.
혹시 상자에 덤으로 넣어서 보낸 건 아니것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