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숨을 쉰다.
죽어서도 숨을 쉰다.
나무로 집을 만들면
집 전체가 숨을 쉬기 시작한다.
숨 하나에 숨 하나 만큼의 시간을 보내면서
나무는 낡아가고 집도 낡아간다.
나무의 집에 사는 사람들도
나무의 숨 하나에 맞추어 숨 하나를 고르고
그렇게 숨 하나에 숨 하나 만큼의 시간을 보내면서 늙어간다.
가끔 그 집에선
처마끝에 매달린 바람종이 소리를 울려
바람이 왔음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런 날은 온몸으로 시원한 바람을 호흡할 수 있다.
콘크리트는 숨을 쉬지 않는다.
건조한 가루로 부서져 살다가
어느 날 그 갈증을 참지 못해 물을 들이키기도 하지만
그 한 잔의 물이 콘크리트의 숨을 터주진 않는다.
콘크리트에선 이내 숨이 굳는다.
콘크리트로 집을 만들면 집은 숨을 멈춘다.
콘크리트는 숨을 참아 세월을 붙잡는다.
오래오래 가려는 욕심 때문이다.
숨을 내리 눌러 꾹꾹참는 콘크리트 집에선
대신 그 속의 사람들이 두 배로 빨리 숨을 쉬어야 한다.
콘크리트가 참는 숨을 사람들이 가쁜 숨으로 대신한다.
그 집에선 사람들이 바쁘게 서두르며 정신없이 산다.
콘크리트 집에도 바람은 찾아든다.
하지만 콘크리트 집을 찾아든 바람은
단단한 벽에 머리를 찢고
아픈 비명과 함께 황망히 집을 지나치곤 한다.
2 thoughts on “나무와 콘크리트”
선명한 대비
그 사이에 풍경,이 있으니
풍경 소리가 그 ‘사이’를 울고 있네요.
역시 그 사이는 풍경님이 울어주시는 구랴.
내 능력 바깥을 채워주는 고마운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