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네비게이션이 없었다.
어디를 갈 때
네비의 기계음이 지시하는대로 따라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질 않았다.
그래서 대개는 다음(Daum)의 지도를 이용하여
미리 길을 살펴놓은 뒤 길을 나서거나
아니면 그냥 무작정 눈길이 끄는대로
풍경을 좇아 길을 가곤 했다.
그런데 아이폰용 네비 프로그램인 쇼네비가 무료로 배포되면서
뜻하지 않게 네비를 하나 장만하게 되었다.
하지만 네비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곧잘 네비를 놀려먹는 재미로 길을 나서고 있다.
우리의 네비가 가장 빈번하게 하는 말은
“경로를 이탈했습니다”라는 말.
걸핏하면 우리보고 경로를 이탈했단다.
물론 녀석은 곧바로 우리의 위치를 찾아낸다.
추석에 그녀의 친정으로 가는 동안
네비를 켜놓았는데 녀석은 몇 번이나 우리와 숨바꼭질을 해야 했다.
이게 네비가 알려주는 길을 보니
거의 막히는 방향으로 우리들을 뺑뺑이를 돌릴 기세이다.
네비가 길을 안내하는 것 같지만
길을 잘 아는 사람이 보면 영낙없는 뺑뺑이이다.
몇 번인가 네비를 따돌리며
처음가는 정릉의 골짜기를 찾아갔다.
오늘도 네비가 이끄는대로 끌려간 것이 아니라
네비가 우리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언젠가는 네비의 추적을 따돌리고
우리가 갈 길은 우리가 가리라.
4 thoughts on “네비 놀려먹기”
아…네비도
따돌림을 당할 수 있군요^^ ㅋ
김동원님 행복한 한가위 보내셨는지요?
올 추석은 나름대로 즐겁게 보낸 듯 싶어요.
추석 연휴의 마지막은 남한산성에 올랐다 내려오는 것으로 마무리했어요.
도토리님도 좋은 추석이었겠죠?
오늘은 차도 버리고 그냥 버스타고 가서 구름과 함께 했습니다.
자동차 네비게이션도 종종 속터지게 합니다.
정기 업글을 해도 못 찾는 길은 못 찾더군요.
지난주에 남산유스호스텔, 그러니까 옛적 중정 자리를 못 찾고
리라초등학교 후문으로 안내해 좁은 외길을 빽으로 빠져나오느라 쌩고생시키더군요.
근데, 운전은 안 하셔도 조수석 생활 오래하셨으니
웬만한 길은 인간 네비가 한 수 위일 것 같은데요.^^
처음에는 경로를 이탈하면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며 시작을 했는데 이제는 그걸 재미삼아 걸핏하면 네비를 무시하고 엉뚱한 길로 들어서곤 합니다. 네비 골려 먹는 재미에 둘다 낄낄 거리면서…
여행은 거의 아무 생각없이 떠나는 편이고… 어디 찾아갈 때는 미리 다음 지도에서 보고 안막히는 길을 좀 연구한 뒤에 나가요. 네비가 잘 적응이 안되요. 분명 어느 동네로 가는데도 마치 기계 속을 가는 듯한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