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다음 날, 그녀와 함께 남한산성에 올랐다.
어디서나 쉽게 물봉선을 만날 수 있었다.
올해는 정말 비가 많았는지
물많은 계곡에서 자주 보던 물봉선을
산성 꼭대기의 성곽 밑에서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원래 그 자리는 물봉선보다는 산국이 많았는데
산국은 띄엄띄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아직 산국철이 아니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물봉선이 꽃잎을 벌리고 있는 모습은
입을 크게 벌려 노래를 부르고 있는 듯한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것을 빌미로 삼아 남한산성 성곽밑을 거닐며 물봉선의 노래를 들었다.
역시 노래는 곱고 아름다운 노래가 최고지 뭐.
나는 단아한 자태로 그런 노래를 부르련다.
무슨 말씀?
굵고 나직한 중저음의 소리가 갖는 매력을 모르시는 군.
내가 바로 그런 목소리를 가졌지.
내 목소리 속으로 지긋이 빠져들어 보실려우?
사람들은 한 입으로 두 말하기도 하지만
난 목소리를 두 갈래로 갈라서
한 입으로 두 화음을 부른다.
놀랍지?
노래는 나처럼 목젓이 다 보이도록
음을 최고로 끌어올릴 때가 최고지.
가자구, 클라이맥스로!
음을 높이려면 하늘에 닿을 정도는 되어야지.
자, 다함께 소리쳐! 하늘이 울리도록 소리쳐!
다들 너무 시끄럽군.
우리는 둘이 화음을 맞추어 노래부르자.
하나는 선명하게, 하나는 부드럽게 뒤를 받쳐주면서.
요게, 화음 맞춘다는 것이 쉽지가 않은 일이구나.
우리 화음이 찌글찌글 구겨지고 있어.
잘 좀 맞춰보자.
노래들 좀 잘 불러.
내가 지금 선율을 타고 헤엄치고 있단 말야.
노래 못부르면 선율이 울퉁불퉁 거려.
그럼 선율을 타고 가다 뱃가죽이 다 까진단 말야.
우리는 집단으로 선율타고 간다.
선율이란게 혼자 타는 것과 이렇게 여럿이 타는게 맛이 다르거든.
밥도 혼자 먹는 밥과 같이 먹는 밥은 다르잖아.
선율은 여럿이 함께 즐길 때 제 맛이야.
에구, 음을 너무 높이 올렸나봐.
나, 턱 빠졌어.
그러게 음을 높이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나처럼 90도를 넘기진 말아야 한다구.
난, 노래 너무 불렀나봐.
목소리가 팍 쉬어버렸어!
완전히 허스키 되어 버렸다.
4 thoughts on “물봉선의 노래”
잠wk리에 이어
물봉선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요
저렇게 많은 물봉선을 담아서
꽃을 보면서 거기서 표정을 잡아내시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근데 야한 노래솜씨요?
음… 궁금…. 합니다… ^^
그게 노래 솜씨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사람들이 다 아는 노래를 부르는데 다들 이게 무슨 노래인가 모르게 만드는 솜씨라죠. ㅋㅋ
하하 재미있습니다.
근데 자꾸 동원님의 그 야한 노래솜씨가 생각나서 ㅋㅋㅋ 하게 되요..ㅋㅋㅋ
노래부르다가 ‘턱 빠졌어’ 에서 웃음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노래부르니 다들 쓰러져서 탁자 밑으로 기어들어가서 웃더군요.
요즘은 그나마 많이 나아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