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의 읍소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9월 23일 경기도 성남의 남한산성에서

성벽 기와 위,
잠자리 한 마리 엎드려 있었다.
완전 납짝 엎드려 읍소하고 있는 모습이다.
난 그 앞에 무슨 전하라도 있는 줄 알았다.
전하는 없고 푸른 하늘과 숲만 있었다.
하긴 잠자리한테는 하늘과 숲이 제일이긴 하겠다.

8 thoughts on “잠자리의 읍소

  1. 잠자리의 읍소, 넘 재미있습니다. ^^
    잠자리가 잘개를 저리 움추렸을 때에는
    옆에 누가 있음을 감지하거나 긴장하고 있을 때입죠 ㅋㅋ^^

    1. 전 아주 편안하게 쉬고 있는 줄 알았어요.
      햇볕도 좋은 자리여서 아주 명당자리 하나 잡았다 싶었어요.
      저런 자세로 한참 동안 꼼짝도 안하더라구요.

  2. ㅎㅎㅎ 정말 그렇게 보여요^^
    잠자리 날개가..저렇게 고분 고분해 보이다니요..
    김동원님의 재치는 늘 유쾌하군요^^

    1. 항상 줄이나 풀잎 끝에 앉은 것만 봤는데…
      이 날 남한산성 서문 부근에서 요 모습을 딱 잡았죠.
      정말이지 저쪽에 전하라도 있나하고 절로 눈길이 갔어요. ㅋㅋ

  3. 저~언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산성 아래 이 댁 쥔장께서는…
    이 훤한 대낮에 곱창을 안주삼아 이슬을 걸치고 계시오며,
    무엇보다 그 기름기 좔좔 흐르는 육질의 곱창을 바로 트위터에 올려서
    뭇 트위터들의 곱창을 아니 염장을 지르고 계신다 하옵니다. 흑흑흑…

    저~언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이런 죄송할데가…
      그렇잖아도 불러낼까… 하고 둘이 머리를 맞대었으나…
      굳은 믿음을 흔드는 것은 아무래도 예의가 아니라는 판단아래
      우리 둘만 이슬에 취했습니다.
      둘이 3차까지 갔다가 지금 들어왔사옵니다. ㅋㅋ

  4. ㅎ 진짜
    ‘전하- 통촉하여 주시오소서….’
    그런 분위기네요.
    아님 제 날개를 이불처럼 뒤집어 쓰고 세상만사 귀찮다는 듯이 엎드려 있는 것도 같고… 아니 ‘전하 -‘ 가 더 어울립니다.ㅎ

    1. 중간에 눈알 한번 굴려서 저를 힐끗 보더군요.
      야, 너도 엎드려, 그러는 것처럼.
      전 안 엎드렸죠. 지금이 무슨 조선시대야, 엎드리게… 하면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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