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해진 시력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0월 5일 집의 책상 앞에 앉아서 일하다가

나이 들면서
가까이 들이댈수록 시력이 흐릿해진다.
멀리 밀어내니 오히려 선명하다.
눈이 내게 말한다.
움켜쥐고 가까이 붙잡아 두었던 것들을
이제 손에서 놓고 멀리 보내봐.
가까이 두려하면 오히려 흐릿해져
아무 것도 볼 수 없게 될거야.
아마 네가 건질 수 있는 건
그것의 희미한 윤곽밖에 없을 걸.
우린 사실 제 손에 움켜쥐었을 때는 보지 못하고
손에서 놓고 나서야 보게 되는 건지도 몰라.
멀리 놓아주면
그것이 분명하게 제 모습을 그려 네게 건네줄 거야.
우리는 그때서야 비로소 볼 수 있게 되는 건지도 몰라.
그것이 그려내는 찬란한 세상을.

4 thoughts on “흐릿해진 시력

  1. 비장미가 흐르는
    저도 거의 저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희미한 것도 멀리 보내면 선명해지는
    사랑도 아픔도 술도..ㅎ

    1. 이게 세상이 분명할수록 오히려 손아귀에서 멀어지는 느낌이예요. 굳건한 믿음이 오히려 의심이 가고 흔들리는 사람에게 믿음이 간다는…

    1.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내읿뵙고 그냥 잠잠히 얘기를 들어야 할듯 합니다.
      고수는 항상 가장 가까이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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