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의 비상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9월 22일 서울 정릉 골짜기에서

모두들 내가 담벼락을 기어오른다고 했지.
하지만 난 한 번도 담벼락을 기어오른 적이 없어.
나는 항상 발을 내밀어 길을 찾고
그러면 나에겐 푸른 날개가 돋지.
푸른 날개가 자라면
난 또 한 발을 뗄 부력을 얻게 되지.
모두들 날개 하나를 열심히 저어 부력을 얻고
그것으로 하늘을 날지만
나는 한 걸음에 날개 하나가 새로 돋고
그렇게 내 걸음만큼의 푸른 날개를 저으며
담벼락 꼭대기로 날아오르지.
사람들 눈에는 내가 언제나 기어오르고 있었지만
사실 나는 푸른 날개로 날아오르고 있었지.

4 thoughts on “담쟁이의 비상

  1. 에이 요놈은 며칠 전에 기왓장에 있던 고놈이 아니네요
    고놈은 아직 내려가고 있을 거고 다른 놈이라도 비상을 하니 나름 다해임다^^

    1. 그때 담쟁이는 남한산 담쟁이인데
      이 녀석은 북한산 자락에서 만났어요.
      담쟁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얘기는 하는 듯 싶어요.
      담에 만나면 또 무슨 다른 얘기를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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