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가 훑고 지나가면
갑자기 물이 줄기를 이루어 와와 몰려들었다.
반가움에 맨발로 뛰어오는 형국이었지만
태양볕이 따갑도록 눈을 부릅뜨면
물기는 곧 어디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태양볕이 물기를 모두 거두어간 파삭파삭한 마른 자리에도
물줄기가 달려올 때의 흔적은 여전히 그대로이다.
우리의 마음에도 종종 그런 흔적이 남는다.
왔다가 떠나면 모든 것을 다 거두어 가는 것 같지만
누군가가 남긴 마음의 흔적은 여전히 그대로이다.
아니, 흔적은 그 이상이다.
물이 왔다간 자리를 살펴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그곳에선 증발하는 물기를 따라
지표면이 하늘로 고개를 치켜든다.
그 자리의 땅은 갈라지고 부르튼다.
그렇게 지표면이 갈라지듯 때로 우리의 마음도 갈라지며,
마음이 갈라지면 마음이 아프다.
누군가가 왔다가 떠나면
때로 마음 속 그의 자리에선 한 자리에 두 가지의 흔적이 겹쳐진다.
하나는 그가 온 흔적이며,
다른 하나는 그를 보낸 흔적이다.
그가 온 흔적은 이제는 텅 비어버린 그의 흔적이며,
그를 보낸 흔적은 그를 보내야 했던 아픈 우리 마음의 흔적이다.
소래포구 염전의 곳곳에 그는 없고
텅 비어버린 그의 흔적과 사람들의 아픈 흔적이 흩어져 있었다.
10 thoughts on “흔적”
햐- 우연이지만 정말 제가 쓴 글이 나중이니 님의 글을 모방했다고 해도 말이 될 것 같을 정도로 비슷한 착상이군요….잘 읽었습니다.
같은 곳을 떠돌면서 글을 건졌다는 것이 신기해서 나눠보고 싶었어요. 제 글보다 훨씬 좋더구만요.
저도 수목원을 들리려했는데 회원제라는말에 찾아가보지도 못했어요.
에구..아쉽당..^^
아마 요즘이라면 무슨 이유를 대서라도, 그러니까 취재를 빙자해서라도 들어갔을 것 같은데 저희도 그냥 들어갔다가 둘러보진 못하고 그냥 나왔었죠.
어찌하야 나는 사람이 오고간 흔적보다
몸을 피곤하게 하는 일의 흔적만이 많은지… 에효~
그것도 나름대로 복.
나는 일이 들어올 듯 말듯하고 있다는…
선생님…샘 블로그의 이전 글들을 읽다가 물어보고 싶은 게 생겼습니다.
담주에 휴가라 어디 좀 가볼려구 하는데, 야영하면서 자연을 만끽하며 조용히 쉴 수 있는 곳 추천 부탁드립니다..헤헤^^
이런 부러울데가.
태안의 신두리 정도는 어떨지.
그 주변은 다 좋은 것 같아요.
다만 차를 갖고 가지 않으면 찾아가기가 좀 그래요.
가본지 오래되서 요즘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건 자신이 없네요. 롯데 캐슬이 들어섰다는 얘기를 언듯 들은 것도 같고…
태안의 신두리는 지금쯤 북적되는 곳이지 않을까요.
한여름의 바닷가는 아마도 한적한 곳은 없을 듯.
신두리 바닷가는 조금 한적할 때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 몇 안되는 사구(沙丘)거든요.
신두리 정도는 9월이나 10월 약간 바람이 차가울 때 사구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아주 제격이거든요.
서해바다치고는 물도 아주 맑고 노을도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다만 몇년전 들러본 곳이라 지금은 많이 변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또 한군데 더.
천리포 해수욕장에 천리포수목원이 있거든요.
수목원에 예약하면 수목원에서만 들어갈 수 있는 바다가 있다고 하더군요. 저희는 예약을 하고 가지 않아서 못들어갔지만
그곳의 바다와 나무와 꽃들은 좀 한적한 여유를 느끼게 해줄 것 같아요. 천리포수목원은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올여름 한시적으로 일반인에게 개방한다고 하니 이 기회에 바다도 보고 수목원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천리포 옆에 백리포, 십리포도 있어요.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라 꾸역꾸역 들어가면 조금 한적할 듯…
한여름이라 한적할 것 같지는 않지만 차만 막히지 않는다면 신두리, 천리포, 백리포, 십리포를 보면서 맘에 딱 맞는 곳에서 하루 여장을 푸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
야영하면서 자연을 만끽하며 조.용.히 쉴 곳이라고 하니
이 한여름에는 딱히 추천할만한 곳이 없는 듯 하여 글이 길어졌습니다.
와~~정말 감사합니다..이렇게 유익한 정보를. 여름엔 어디나 북적이겠죠. 신두리, 천리포, 백리포 쪽으로 발길을 잡아야겠네요. 다녀오면 꼭 보고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