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만에서
가끔 용산에서 밤열차를 타고 순천에 가볼 일이다.
그리고 어둠에 쌓인 순천만으로 나가
동이 트길 기다린다.
그러다 보면 순천만의 아침이 밝는다.
순천만의 아침은 붉은 기지개이다.
그곳의 아침은 매일매일 붉은 기지개로 동쪽 하늘을 물들이며 시작된다.
그 아침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아침이 밝는다는 것만으로 우리의 가슴이 뛴다.
그렇게 시작하면 그 날 하루가 우리의 하루가 된다.
도시에서 우리의 하루는 우리의 것이 아니라 도시의 것이다.
도시는 우리의 하루에서 아침을 지워버리고
대신 출근 시간과 등교 시간을 아침의 자리에 슬쩍 밀어넣어 버렸다.
시간이 점령한 도시의 아침 속에선
아무리 매일매일 아침이 밝아도
우리의 가슴이 뛰는 법이 없다.
대신 우리는 매일매일 시간의 눈치를 살피며 허둥댄다.
원래 시간이란 그런 것이다.
시간은 우리들로 하여금 시간에 맞추도록 암암리에 강요를 한다.
그 때문에 시간 앞에서 우리들은 언제나 허둥대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쩌랴, 그것이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운명인 것을.
묵묵히 그 운명을 살다가
어느 날 그 운명의 답답함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날이 오거든
용산에서 밤열차를 타고 순천으로 가볼 일이다.
붉은 기지개를 켜며 떠오른 태양이
그날 하루 도시가 앗아가 버린 우리의 하루를 돌려줄 것이다.
그 날은 하루 종일 순천만에 머무는 것이 좋다.
서쪽 하늘을 넘어가며
하루를 붉은 채색으로 마무리하는 순천만의 저녁해를
끝까지 지켜보는 것이 좋다.
그 붉은 빛은 우리의 하루에 대한 따뜻한 위로의 빛이다.
그것으로 그날 순천만에선 하루가 온전히 우리의 하루가 된다.
그렇게 가끔 이 도시가 답답하다면
순천만에 가서 온전히 하루를 맞고, 또 하루를 보내는 것이 좋다.
그렇게 순천만에서 우리의 하루를 온전히 보내고 오면
그 하루로 도시의 한해를 견딜 수 있다.
그러니 가끔 용산에서 밤열차를 타고
밤새 어둠 속을 달려
순천만에 가볼 일이다.
전남 순천만에서
8 thoughts on “순천만의 아침과 저녁”
어젯밤, 그러니까 오늘 새벽,
이 글은 모든 일 접고 기차타고 휭~허니 달려가고프게 하더군.
기차타본게 언제적인지 기억도 가물가물…^^
그런데 올빼미족이 넘 많은 듯…
해뜨는 기운을 느끼며 잠자리에 스르륵 드는 올빼미 족들의 체력이 넘 부럽삼~
부디 두 일산 처자님들… 새벽기운받고 씩씩하게 일하시길…
그런데 새벽기운 맞으며 순천만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기다리다
동태가 될 뻔했다는 털보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오.
아주 生生生生生生~~~하오.
그때 살아서 돌아온 게 기적이오.
그래도 직업 의식은 있어서 그 와중에 가로등 불빛 아래서
어둠에 대해 글을 썼다지 뭐요.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
평생에 일출을 본게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데
요즘은 매일 일출을 보고 자네요.
창밖으로 들어오는 어스름한 새벽빛부터 점점 밝아지는 하늘을 벗삼아 일하는 나날들.
피곤은 해도 매일 뜨는 해를 보니 그것도 괜찮네요.
뜨는 해는 똑같은데, 그 그림은 매일매일 달라요~
해뜨는 것을 본 것이 속초, 남해, 제주도, 그리고 여수와 순천이었는데 모두 달랐어요.
그러니 해는 하나가 아니라 각각의 곳에서 각각 뜨고 있는 셈.
특히 남해와 제주도는 이른 새벽에 산꼭대기에 올라가 본 거라 남달랐던 기억이예요.
아키님 오피스텔 옥상에서 아침을 맞고 저녁을 보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저희 큰형부가 순천에서 교편을 잡고계셔서 1년에 두어번 가는데요..순천이랑 여수랑 도시가 아주 깨끗하고 좋더군요..
순천만도 좋고 백운산도 좋지요..
저는 여수 한번, 순천 한번.
모두 밤열차 타고 내려갔었죠.
여수에 가면 안도라는 섬이 있는데 거기 한번 가보고 싶어요.
얘기만 듣고 가보지는 못했어요.
안도…
웬지 안도감이 느껴지는 섬이군요…-_-
저는 못가봤는데
내 동생은 두 번 가봤죠.
정말 편안하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