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아이는 처음에는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일어섰을 것이다.
그리고 걸음마를 익혔을 것이다.
성미산 마을의 사진전이 열리는 살롱 드 마랑을
아이는 아직 익힌지 얼마되지 않은 걸음으로 걸어다닌다.
그러다 아이는 거울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손을 내민다.
마치 “이제부터 내가 너의 손을 잡아줄께,
그러니 나와 함께 걷자, 걱정말고 이 세상을” 하고 말하듯이.
일어서서 걷는다는 것은
알고보면 엄마 아빠의 손을 놓고
자신의 손을 자신이 잡아주기 시작하는 것.
가끔 아이는 걷다가 걸음을 멈추고 환하게 웃었다.
엄마 아빠가 아이의 손을 잡아주었을 때도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환했을 것이다.
손을 잡아주는 사람의 얼굴은
손을 내밀 때 거의 항상 웃음으로 가득해진다.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환한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저렇게 자라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며 또 환하게 웃게 될 것이다.
나도 자꾸만 아이의 그 웃음에 감염이 되고 있었다.
오래 전에 잃어버린 걸음마를 아이가 다시 찾아 주었다.
마치 걸음마를 갓 배운 아이처럼
내가 내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중간에 조금 걸음이 휘청거리곤 했다.
한 잔 걸치고 기분좋게 취한 맥주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2 thoughts on “걸음마를 갓 배운 아이”
아이의 미소가 참 좋네요. 그냥 샤아–악 웃는 미소.
한번 안아주었죠.
모두 학원가는 바람에 아이들 보기도 힘든 세상에서
어른들과 아이들이 친구처럼 어울려 노는 좋은 곳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