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가을로 2주씩 사람들에게 선을 보이는
성북동 간송미술관의 전시회가 사람들을 찾아왔다.
이번은 가을 전시회이다.
올해 가을 전시회는 화훼영모대전이란 주제로 열리고 있다.
패랭이나 매화와 같은 꽃을 만날 수 있으며,
원앙이나 까치와 같은 새,
또는 고양이 같은 동물을 그림을 통하여 만날 수 있다.
그림만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글이 곁들여져 있다.
글들은 한문으로 되어 있어 한문에 밝지 않은 사람은 해독이 어렵다.
그렇다고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시회에서 판매하는 『간송문화』(澗松文華)를 구입하면
작품에 대한 자세한 해설이 있어 곧바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가령 <꽃 핀 연못에서 헤엄치는 오리>라는 뜻의 <화지유금>이란 그림은
제목이 뜻하는 풍경을 그림에서 고스란히 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림을 곧장 소화하기가 어렵다.
이 그림에는 한문으로 된 시구절이 곁들여져 있는데
그 구절이 그림의 이해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간송문화』에 실린 해설에 따르면 이 풍경은 비 갠 뒤의 모습이다.
비 갠 뒤의 모습이란 것을 알고 나면 그림의 풍경에서 투명한 느낌이 난다.
이에서 그치지 않고 해설은 계속하여 우리의 감각을 새롭게 일깨워준다.
그림을 그린 신명연은 헤엄치는 오리 옆에 꽃이 피어있다고 하지 않고
“초록빛 자맥질에 꽃이 떠오른다”고 적어놓았다.
이러한 표현에 기대면 오리의 움직임이 색깔을 갖고,
또 오리의 움직임이 꽃을 피어오르게 하는 힘이 된다.
실제로 글은 그림의 느낌을 그런 방향으로 이끈다.
이러한 감각이 극에 달하는 것은
가끔 고기를 잡아먹기 위하여
물 속으로 부리를 집어넣곤 하는 오리의 모습에서 이다.
화가는 이 장면을 가리켜
“강의 가을을 쪼아 깨뜨린다”고 표현한다.
오리가 강의 가을을 쪼아 깨뜨리고 있으니
가을은 온강에 온 것이다.
작은 부채에 담긴 그림이라 오리와 꽃, 그리고 잎들만 보이지만
이 해설에 기대는 순간
온통 우리의 주변이 가을로 그득한 강이 된다.
슬쩍 눈을 들어 창밖을 바라보면 바깥에 정말 가을이 온 천지에 와 있다.
나는 그림에 끌려 해설을 뒤적였으며
그 끝에서 글이 그림과 질기게 엮여
잠시 나를 가을강의 한가운데로 세워주었을 때의 느낌에 젖을 수 있었다.
다른 그림들도 이렇게 하나하나 감상해가면 남다른 경험이 될 듯하다.
대부분 200년의 세월을 넘긴 그림들을 감상하는 것은
그림에 축적된 그 세월의 깊이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간을 바칠만 하다.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감상 중인 사람들의 뒷모습만 찍었다.
전시회: 2010 간송미술관 가을전시회 화훼영모대전
전시 기간: 2010년 10월 17일~31일
전시 장소: 서울 성북동의 간송미술관
관람료: 무료
4 thoughts on “2010 간송미술관 가을 전시회 – 화훼영모대전”
간송미술관… 몇 년간 쭈욱 …봄,가을 다녀오곤 했는데…
특히 ‘정선’전이 너무 좋았었어요..
올 봄엔 못갔었어요
가을도 잊을 뻔했는데…덕분에 기억하고 갑니다
갈 수 있으려나……^^
정선전은 저도 갔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림 보기가 어려웠는데…
몇번 가보니 조금씩 조금씩 눈에 들어오는 거 같아요.
온강에 온 가을
물의 가을을 쪼고 있는 오리….
참 표현이 기막히네요…
글이 곧 그림을 열어주는 듯 했어요.
그림보다가 느낌이 남다르다 싶으면 해설을 뒤적거려 읽곤 했어요.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