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길상사에서 코스모스와 놀다

유난히 꽃이 예쁜 해가 있는데
올해는 가을에 만나는 코스모스가 무척 예쁘다.
오후 늦은 시간에 길상사에 들른 길에
절의 한쪽 구석에서 만난 코스모스도
시선을 끌어가더니 놓아주질 않았다.
이때다 싶어 시선을 맡긴 채
잠시 코스모스와 놀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0월 16일 서울 성북동의 길상사에서

엇, 이빨 빠지셨네.
-어떻게 이게 이빨이니? 위쪽인데.
머리털 벗겨진 거면 몰라도.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0월 16일 서울 성북동의 길상사에서

그럼 혹시 네가 벗겨진 머리털?
-아래쪽으로 흘러내렸는데 어떻게 머리털이니?
수염이면 몰라도.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0월 16일 서울 성북동의 길상사에서

으이구, 헷갈린다.
위도 아니고 아래도 아니고, 넌 또 뭐니?
-난 바람에게 길을 알려주고 있는 중이야.
항상 바람은 길을 몰라 갈팡질팡 하거든.
그래서 바람이 지날 때마다 내가 길을 알려주고 있어.
저리로 가라고.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0월 16일 서울 성북동의 길상사에서

이건 뭐 어디서 많이 본 거 같기는 한데…
-머리를 위로 묶어서 한 쪽으로 넘긴 거 아냐.
멋좀 부린 거지.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0월 16일 서울 성북동의 길상사에서

이건 뭐지?
한국에서 카메라 들이대면 예외없이 나오는 그 브이인가?
-아닌데. 난 아예 만세 부르듯 기지개켜고 있는 건데.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0월 16일 서울 성북동의 길상사에서

그럼 너도 기지개?
-뭐든 하나를 알려주면 왜 거기서 맴돌이를 해?
난 좀 귀엽지 않아?
난 토끼같은 자식이야.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0월 16일 서울 성북동의 길상사에서

얘, 얘, 거기 뒤에.
너는 왜 자꾸 뒤로 숨는 거니?
-부끄러워서 그렇지.
얼굴 빨개진 거 보면 모르니.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0월 16일 서울 성북동의 길상사에서

너는 왜 이렇게 후줄근 한 거니?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춤좀 추었더니 너무 과했나봐.
이젠 완전히 축 쳐지는 구만.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0월 16일 서울 성북동의 길상사에서

여기도 좀 과하게 흔드셨나 보군.
-몸이 늘어질 때는 역시 누군가에게 기대어 쉬는 게 최고야.
이상하게 휴식은 기대어 갖는 휴식이 가장 달콤해.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0월 16일 서울 성북동의 길상사에서

햇볕 좋은 오후네.
-그래, 정말 햇볕이 좋다.
아흠, 햇볕 좋은 가을엔 이렇게 가슴을 열고
가을을 맘껏 호흡해야 해.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0월 16일 서울 성북동의 길상사에서

햇볕도 좋은데 너는 왜 그렇게 움추리고 있어.
가슴을 펴고 가을을 즐겨.
-무슨 소리야.
난 지금 옷깃을 세우고 있는 거야.
가을에 이렇게 옷깃을 세우고 걸어야 가을 분위기 물씬 난다구.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0월 16일 서울 성북동의 길상사에서

이런 저런 코스모스들의 얘기로 꽃밭이 왁자지껄했다.
그 얘기들에 귀 기울이며 한참 동안 코스모스와 즐겁게 놀았다.

8 thoughts on “성북동 길상사에서 코스모스와 놀다

  1. 코스모스 잘 봅니다^^
    모양이 다 다른 코스모스 상태(^^)를 재미있게 풀어 주셔서
    웃으면서 보게 되네요*^_^*

    1. 가끔 어디가면 이렇게 꽃이랑 혹은 갈매기들이랑 놀곤 해요.
      덕분에 심심하지는 않죠.
      담에는 바다에 가면 파도랑 한 번 놀아봐야 겠어요.

  2. 저는 어제 개쑥부쟁이랑 놀다 왔는데
    여기는 코스모스 천지네요..^^
    저도 다니면서 올해 코스모스가 참 곱다 생각했는데
    하나하나 재미있는 이야기들 잘 보고 듣고 갑니다.

    역쉬 가을은 좋은 계절이에요….^^

    1. 재미난 이야기 하나 해드릴까요? ㅎㅎ

      지난주에 딸내미들 중간고사가 있었는데
      명절 지나고 계속 바빠서 봐줄 수가 없었더랬죠.
      하여 시험은 평소실력으로 보는 거라며
      알아서 잘 보라고 했더니
      작은 딸내미가 자기는 백점 맞을 자신이 있다는 겁니다.
      공부도 못했는데 어떻게 백점을 맞을거냐 했더만..

      시험이 국어, 수학 두 과목이니
      한 과목에 50점씩만 맞아도 된다고 하더군요….!!

      미모의 그 딸내미가 말이죠…ㅋㅋ

    2. ㅋㅎㅎ 예쁜데다가 유머 감각까지.
      자기만의 셈법을 갖기가 어려운데 그걸 갖고 있다니요.
      아이를 아주 잘 키우고 계시군요.
      언제 아이들 보고 싶어요.

    3. 아.. 하나 더 하려고 했는데…ㅎ

      이번엔 큰딸내미 이야기입니당.
      조금 전에 문자를 한통 받았는데 그 내용이..

      내가 엄마를 사랑하는만큼 눈이 온다면
      봄은 오지 않을거야…..!

      캬~ 어디서 이런걸 주워들었는지…..ㅋㅋㅋ

      오늘 따님 생각 너무 나게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언제 한번 아이들을 데리고 두분 뵙고 싶사옵니다.
      그런 날이 멀지 않기를..

      오늘은 이만하옵고 물러갑니다….^^

    4. 어디선가 본거군요, 요즘식의 사랑 고백을.
      예쁜 짓안하고 곁에 있기만 해도 좋은데…
      옆에 있으면서 예쁜 짓까지 하면 완전 사람 녹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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