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잎과 갈잎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4월 27일 서울 능동의 어린이대공원에서

여름내내 푸른 손수건 걸어놓고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가을이 오자
오래도록 당신을 기다린 그 손수건,
갈색으로 바래고 말았죠.
당신은 오지 않고
언제나 푸른 잎은 여름의 차지였고
빛바랜 손수건은 늦가을의 차지였습니다.
그래도 오는 봄엔
빛바랜 손수건 걷어내고
또 다시 푸른 손수건 내걸겠습니다.
매해 당신을 기다리며 걸어놓은 손수건은
빛이 바래지만
내 기다림은 바래지 않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3월 11일 서울 능동의 어린이대공원에서

2 thoughts on “푸른 잎과 갈잎

  1. 상수리 나무(꿀밤나무) 인가요?
    매년 기다림은 바래지 않지만 그 기다리는 마음은 더욱 굳어져 쇠소리를 냅니다.

    예전에 산에서 나무를 베어 군불을 펴서 한 겨울을 날 때 상수리 나무도 잘라보면
    밤처럼 설렁 설렁 베어지는 놈이 있고 아주 단단하여 쇠소리를 내는 놈이 있는데
    말려서 불을 지펴보면 하물며 나무들도 그 기다림의 굳기가 불의 힘으로 보입니다.

    1. 멋진 내용이네요.
      그 기억을 살려서 블로그에 좋은 글 한편 올리시죠.

      뭔 나무인지는 모르겠어요.
      봄마다 가보면 저러고 있어서 잎필 때 일부러 한장 찍어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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