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는 빠른 속도로 달린다고 한다.
의자 앞쪽의 안내 화면에 나타난 수치는
비행기가 빠를 때는 시속 700km 정도의 속도로 날고 있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속도감은 그다지 빠르질 않았다.
정말 가고는 있는 것인지도 의심스러웠다.
바깥으로 하늘과 구름이 끊임없이 펼쳐졌다.
구름이 천천히 뒤로 밀리고 있는 것을 보면 가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드디어 비행기가 떴다.
아직은 구름의 아래쪽이다.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섬은 왼쪽은 시도이고, 오른쪽은 신도이다.
더 왼쪽으로는 모도가 있다.
세 개의 섬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비행기 날개와 나란히 방향을 맞추어
바다 물결을 하늘로 삼고는
마치 그 또한 날개인 듯 길게 펼쳐든 섬은 장봉도이다.
내가 아는 이승재씨가 바로 이 장봉도 태생이다.
언제 이 섬에 놀러가자는 말을 자주 꺼냈으나 아직은 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장봉도가 하늘에서 보니 비행기 날개처럼 펼쳐져 있구나.
승재씨도 저 섬에서 하늘을 훨훨 나는 꿈을 꾸며
팔을 날개처럼 펼치고 뛰어다녔으려나.
승재씨는 참 좋은 곳에서 태어났구나.
섬들은 모두 구글 어스로 확인을 했다.
이제는 구름의 위다.
비행기의 창에서 지상의 풍경이 사라지고
대신 푸른 하늘과 흰구름이 그 창을 둘로 갈라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디쯤 인지는 모르겠다.
구름의 위쪽에는 표지판이 전혀 없었다.
자주 타고 다니다 보면
이런 구름의 풍경도 시시해지는 것일까.
지상에서 버스 여행을 할 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창의 커튼을 내리고 잠깐씩 즐기는 달콤한 잠과 친했다.
비행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창을 파고드는 따가운 햇살을 마다않고 내내 창을 열어두었다.
다행히 창이 작아 빛이 안쪽으로 깊숙이 파고들지는 못했다.
안쪽 사람들에게 미안해하지 않고 창을 열어둘 수 있었다.
아직은 한국이다.
구름이 틈새를 벌려주면서
아래쪽으로 산과 산 사이로 흐르는 지상의 풍경이 보인다.
아마도 지상에는 친절한 안내판들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을 것이다.
지상에 있을 때는 구름 위가 궁금했었는데
구름 위로 올라오니 지상이 궁금해진다.
확인을 하기에는 이제 지상이 너무 멀었다.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2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비행기는 남해안을 벗어나고 있었다.
아래로 보이는 바다 위의 거뭇거뭇한 것들은 섬이 아니라 구름의 그림자이다.
우리에겐 그늘이지만 구름에겐 자신의 그림자이다.
우리는 가끔 구름의 그림자 품에 든다.
이제 시간은 45분여가 지났다.
어디가 어딘지 전혀 짐작을 할 수 없다.
구름이 온통 하늘을 뒤덮어 아래쪽 풍경도 전혀 볼 수가 없었다.
누가 이스트를 심하게 뿌렸는지 구름이 터질듯이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렇지만 반죽 냄새는 나지 않았다.
아니 난다고 해도 이중으로 가려놓은 창으로 새어들 수는 없었으리라.
시간이 다시 10분이 더 흘러
비행 시간은 55분 정도를 흘러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구름은 모두 구름이었으나
이제는 구름이 하얀 바다를 이루면서 그 위에 구름을 띄워놓고 있었다.
말을 바꾸어 보면 구름이 구름을 바다 삼아 섬처럼 떠 있었다.
섬은 붙박힌 제 자리에서 꼼짝도 못했지만
구름 바다의 구름섬은 둥둥 제가 만든 그 흰바다를 떠갔다.
한국을 떠난 뒤로 1시간의 시간이 흘렀다.
촘촘하게 하늘을 덮었던 구름이 벗겨진 사이로 눈에 덮인 산이 보였다.
이제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었다.
이국의 하늘을 날고 있고,
아래로 강으로 보이는 물줄기가 햇볕을 안고 하얗게 흘러가고 있었다.
물론 일본땅이라는 것만 알뿐 어디인지는 전혀 짐작을 할 수가 없다.
곧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다.
떠난 뒤로 꼽아보면 시간은 1시간 20분 정도가 흘렀다.
집에서 나가 공항까지 가고
공항에서 비행기표를 끊고 출국 수속을 밟은 시간을 제외하고 나면
실제로 일본의 나리타 공항까지 가는 시간은
내 고향 영월에 내려가는 시간보다 더 짧았다.
그 짧은 시간을 날아
난 일본 하늘에서 일본의 땅으로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10 thoughts on “인천과 도쿄 사이의 구름과 하늘 – 9일간의 도쿄 여행 Day 1-2”
크- 좋은 모임 좋은 사람…
다 미인이라면 누구를 말하는 건가?(혼잣말)
도톨님 다음에는 밤 새울 준비 하고 오셔야 할 듯…미인 될려면…
곧 그 세 분을 다 보실 수 있습니다.
ㅋㅋ….저는…어디가면 전철끊기는 시각전에 고문관처럼 째깍
집으로 돌아가는 제가 싫던데요 머…^^;;
그게… 참…. 그케 일찍(?)왔는데도 늦었네하며…
달콤한 아이스크림 먹으라며 달래는게…음…평화를 위하여 먹고 잤슴다!
아이스크림 속에 평화가 있었군요.
웃기는 건…
끝까지 남은 남자 셋은 모두 결혼한 사람이었고…
여자 셋은 모두 미혼이었다는. ㅋㅋ
아^^ 네~ 더우기.. 모두 넘..미인이세요…
그중에 본인은 만명의 연인이라 주장하고..
저는 만인의 연인이라 부르는 처자도 있었죠. ㅋㅋ
와~~~ 멋져요 구름풍경사진… 정말 좋아요!
고맙습니다~
어제 반가웠어요! 플샘도 오랜만에 뵙고…참 좋았네요
담에 또 뵈을께요!*^_^*
문자받았는데 밤을 꼴딱세고 놀았더니 머리 속이 멍해서 답도 못했어요.
저도 반가웠습니다.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별로 얘기도 못나눴네요.
그래요. 담에 또 얼굴봐요.
ㅎㅎ 그러셨군요^^ 밤을 새우시는게 저는 또 얼마나 부러운데요
마치 소년,소녀들 같아 보이세요
밤새 좋은 친구분들이 모여서 실컷 얘기하고 플샘을 배웅하고^^ 부럽기만 합니다~
집에 돌아왔더니 아이스크림 먹으라고 권하길래
그거 먹고 잤어요 ㅋ
일찍 가길 잘했어요.
요즘은 모임이 술먹을 때는 괜찮은데
이상하게 노래방에만 가면 사단이 나는 듯 싶어요.
저도 별로 가고 싶지도 않은데
이상하게 노래방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마지막에는 뒷담화좀 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