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타 공항에서 주조역으로 – 9일간의 도쿄 여행 Day 1-3

원래는 도쿄에서 가깝다는 하네다 공항으로 가려 했으나
딸이 길모르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나리타 공항이 편하다고 했다.
하네다는 여러 번 바꿔 타야 자신이 사는 곳까지 올 수 있는데
나리타로 오면 한번만 바꿔타면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비행기표는 하네다가 아니라 나리타로 가는 것으로 바뀌었다.
김포에서 출발하지 않고 인천 공항에서 출발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일본에 도착하여 나리타 공항에 내렸다.
내 생애 처음으로 밟아본 외국 땅이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1월 8일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11시 30분에 인천공항을 떠난 비행기가
나리타 공항에 내린 것은 오후 1시 30분 경이었다.
두 시간이 걸렸다.
실제 비행시간으로만 보면 서울에서 부산가는 시간보다 더 가깝다.
입국 심사가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는데
줄서서 심사를 받는 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세관신고서만 작성했다가 입국심사대 바로 앞에서
부랴부랴 입국심사서를 써야 했다.
나중에 알았는데 비행기 안에서 달라고 하면 주는데
난 초행길이라 뭘 달라고 해야 하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방문 목적에 친척 방문이라고 해놓았더니
그 친척이 어떻게 되는 친척이냐고 묻는다.
딸이라고 답했고, 딸이 일본에서 무엇을 하고 있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대학생이라 답했고, 학교 이름도 알려주었다.
끄덕끄덕하더니 통과시켜 주었다.
세관 신고할 때는 들고 있는 김 상자를 딸에게 줄 선물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렇다고 하면서 김이라고 말해주었지만
dry laver란 영어는 못알아듣는 눈치였다.
하긴 누가 그렇게 말하면 나라고 알아들을 수가 있겠나 싶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와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걸어가는 동안
한 남자가 내가 들고 가는 커다란 김 상자를 보고는 웃었다.
한국인임에 분명했다.
나리타 공항을 구경하고 싶었는데 그다지 시간이 없어 보였다.
낚시질 가장 잘하는 일본인을 다나까(다낚아)라고 낄낄거리며 자랐던 나는
나리타에 대해서도 비행기가 뜨기도 하는데
왜 항상 내렸다 공항이라고 하는 거야 하고 낄낄거리며 공항을 빠져나갔다.
내게 나리타는 내려따의 변형이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1월 8일 일본 나리타 공항의 JR 전철 타는 곳에서

딸은 공항의 지하에 있는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이용하여
신주쿠까지 온 뒤 전철을 갈아타라고 말했다.
표를 끊을 때 약간의 혼란이 있었다.
딸이 3500엔을 내고 뭔가를 끊으라고 했는데
표끊는 곳의 직원은 내가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이용하여
주조역까지 가려고 한다고 하자 잠깐 계산을 하더니 얼마라고 한다.
딸이 일러준 금액과 다르다.
나는 뭔가 잘못된 것 같다며
딸이 일러주길 3500엔이 들거라고 말했다고 얘기했다.
딸이 보내준 내용을 인쇄하여 들고 갔는데
그걸 보여주었더니 외국인이냐며 여권을 보여달라고 한다.
여권을 보여주고 카드 한 장과 표 한 장을 받았다.
타는 곳이 어디인가를 묻고 들어가려는데 받은 것이 두 장이니까
무엇을 내야 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내가 사용해야 하는 것이 어떤 것이냐고 물었더니
역 직원이 둘 중에서 종이로 된 승차권을 직접 골라 기계에 넣어주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하나는 전철이나 지하철, 버스를 탈 때 이용하는
일종의 정액제 카드였다.
그것을 Suica 카드라고 불렀다.
다른 하나는 입국하는 외국인에게 특별히 1500엔에 해주는
나리타 익스프레스 탑승권이었다.
원래 요금은 3000엔 정도 한다.
그 표 하나면 딱 한번에 한하여 도쿄의 어디든지 갈 수 있었다.
그러니까 표를 살 때, 나는 외국인이고,
외국인용의 나리타 익스프레스 표와
2000엔짜리 스위카 카드를 달라고 했어야 했다.
나는 아무 정보도 없이 그냥 딸만 믿고 나리타 공항에 내렸고
하마터면 가는 전철편이 꼬일 뻔 했으나
어쨌거나 딸이 일러준대로 나리타 익스프레스에 탈 수 있었다.
역으로 내려가자 내가 타고 갈 나리타 익스프레스가 눈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자리도 모두 지정되어 있다.
나는 7호차에 탑승했다.
딱 시간 맞춰 문을 열어 주었다.
자세한 안내를 영어로 해주어 편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1월 8일 일본의 나리타 익스프레스 전철을 타고 가면서

나리타 익스프레스의 내부 모습이다.
사람은 별로 없었다.
비싸서 많이 이용하지 않는 듯하다.
입국하는 외국인에게는 절반값이라 아주 유용하지만
일본인들에겐 요금이 상당히 부담될 듯도 하다.
처음에는 가져간 가방을 선반 위에 올려놓았으나
살펴보니 앞쪽에 대형 가방을 둘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그래서 그곳으로 다시 내려놓았다.
잠가 놓을 수 있었으나 잠가 놓는 사람이 없어 나도 그냥 방치해 두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1월 8일 일본의 나리타 익스프레스 전철을 타고 가면서

시간은 오후 3시 근방을 흘러가고 있었다.
차창으로 보이는 일본의 농촌 풍경이다.
나리타는 상당히 도쿄의 외곽인가 보다.
전선들이 차창 밖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며 사진찍는 시야를 방해했다.
풍경은 좋아보인다.
갈대밭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사진가도 한 명 보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1월 8일 일본의 나리타 익스프레스 전철을 타고 가면서

집의 모습이 확실히 다르긴 하다.
사는 곳의 기후가 풍경을 달리 만들었을 것이다.
기후는 자연 풍광만이 아니라 사는 모습도 달리 만든다.
가장 특이한 것은 지붕 위로 솟아있는 텔레비젼 안테나였다.
우리의 경우에 안테나는 거의 사라진 것 같다.
나리타를 출발해서 도쿄로 가는 동안
여러 번 안테나를 지붕 위로 내밀고 있는 동네의 집들을 볼 수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1월 8일 일본의 나리타 익스프레스 전철을 타고 가면서

우리의 논은 대개 가을걷이를 끝내고
맨살의 땅을 그대로 드러내놓는 시기이나
일본은 아직 황금빛마저 완연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여기선 결실의 계절이 어떤 빛으로 익어가는지 알길이 없는 내게
그저 막연히 일본은 남쪽이라 조금 늦게 추수를 하나보다는 생각만 들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1월 8일 일본의 나리타 익스프레스 전철을 타고 가면서

2시 45분경에 나리타 공항을 출발한 전철이 1시간여를 달리고 나자
차창으로 현대식의 콘크리트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도쿄로 들어가나 보다.
시간은 오후 4시를 지나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1월 8일 일본의 나리타 익스프레스 전철을 타고 가면서

열차가 오사키라는 역에서 한참을 멈추었다.
모두 12량의 열차였는데
중간에 방송을 통하여 앞쪽의 여섯 차량은 신주쿠까지 가고
뒤쪽의 여섯 차량은 중간에 요코하마로 간다는 안내를 듣기는 했다.
신주쿠까지 가는 사람이 자리가 텅텅 비었다고 뒤쪽에 앉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밖으로 다른 노선의 전철이 보인다.
한 사람이 허공을 바라보며 멍때리기를 하고 있었고,
또 한 사람은 핸드폰으로 무엇인가 열심히 하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쳤으나 사진 찍는 것에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겉모습만으로는 일본인과 한국, 중국인을 구별하기 어려워보였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1월 8일 일본의 나리타 익스프레스 전철을 타고 가면서

사람들이 퇴근하고 있는 듯하다.
햇볕이 비스듬히 몸을 눕혀 역사 건물을 비집고 들어와 있었다.
역이 아주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1월 8일 일본 도쿄의 주조역에서

무사히 신주쿠에 내렸고
짐을 들고 전철 갈아타는 곳을 찾아갔다.
하도 복잡하여 어디서 타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러다 딸이 말한 오오미야행 열차를 발견했고 냉큼 올라탔다.
전철은 금방 떠나질 않았다.
건너편에 열차가 한 대 와서 섰고
내가 탔던 열차에 함께 타고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가
그 열차로 바꾸어 탔다.
일순간 마음이 흔들렸지만 길을 잘 모르는 나는 그냥 버틸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딸은 두 정거장만에 내리면 된다고 했지만
두 정거장 다음 역은 주조가 아니라 이타바시였다.
나는 엉뚱한 열차를 탔나보다는 생각에 이타바시에서 내리려 했으나
다음 역을 가리키는 표지가 주조로 되어 있었다.
나중에 그 얘기를 했더니
딸은 그만 이케부쿠로에서 갈아타는 걸로 생각했다고 했다.
주조역에서 내려 북쪽 출구로 나왔다.
나올 때 공항에서 받은 두 개의 표 중 어떤 것을 사용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리타 익스프레스의 승차권에는 나리타에서 신주쿠까지로 되어 있어
나는 신주쿠에 도착하면 바깥에 나갔다가 다시 전철을 타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곧바로 바꿔타도록 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이제 두 장의 표중 어떤 것을 내야 하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스위카 카드를 댔더니 삑삑 거렸다.
역직원에게 내가 공항에서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이용하여
이곳까지 왔다고 했더니 그럼 그 표를 갖고 있냐고 했다.
표를 내주었더니 되었다며 나가라고 했다.
표의 정체를 확실하게 알려주질 않아 탈 때도 헷갈리게 하더니
내릴 때도 잠깐 동안 당황스러운 시간을 거쳐야 했다.
첫 해외여행의 통과의례치고는 재미있기도 했다.
어쨌거나 나는 헤매지 않고 한 방에 주조역에 도착했다.
시간은 다섯 시를 향해가고 있었고 날은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그렇지만 으아, 나는 도쿄에서 길잃지 않고
딸이 사는 동네의 역까지 무사히 왔다.

6 thoughts on “나리타 공항에서 주조역으로 – 9일간의 도쿄 여행 Day 1-3

  1. 역시 외국땅이라 모든 절차가 기냥 일사천리는 아니지요.
    자칫하면 헤멜뻔한 순간들을 잘 넘기시고 무사히 한방?에 통과하심 뒤늦게 축하드리고요.
    나리타 익스프레스 참 정갈하네요.
    하긴 일본은 시골 구석구석까지 어디나 깨끗한거 같더라구요.
    어머니는 딸이 너무 보고싶다고 보채시는군요. 내일 만나느겨? ㅋㅋ

    1. 길잃으면 그것도 재미지 뭐, 하는 생각은 있었어요.
      그냥 국내 여행 떠나듯이 떠났는데… 저는 입국 심사 같은 것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영어모르면 어떻게 심사 받나 싶더라구요.
      딸은 아마도 어느 하루 집중적으로 나올 듯 싶어요.
      연극 공연이 있던 날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2. [그렇지만 으아, 나는 도쿄에서 길잃지 않고, 딸이 사는 동네의 역까지 무사히 왔다.]
    장하십니다, 동원님 ^(^ 하하하
    내가 다 간이 떨리네요. ㅋㅋ

    1. 공항 직원들은 왜 그렇게 불친절한지..
      뭘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말을 안해주더군요.
      그냥 표만 내주고 뭘 써서 내야 한다는 말을 안해주니.. 제가 알 수가 있어야지요.
      표를 두 장을 내주면 이 표는 어디다 쓰는 거고, 이 표는 어디다 쓰는 거구 이렇게 얘기를 해주면 좀 좋아요. 그냥 표만 덜렁 주고 마니 뭐가 뭔지를 알 수가 있어야지요.
      하여간 주조역에 도착할 때까지는 엄청 긴장이 되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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