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의 꿈

Photo by Kim Dong Won
능동 어린이 대공원에서

나팔꽃의 꿈은
꽃을 피운 뒤 신나게 나팔을 부는 것이다.
그 꿈을 위하여 매년
열매를 맺고 또다른 꽃을 기약한다.
하지만 나팔꽃의 꿈은 한번도 이루어진 적이 없다.
그저 이룬 것이라곤 이름에 나팔이란 명칭을 분명하게 얻은 것 뿐이다.
지칠만도 하건만
그러나 올해도 여전히 나팔꽃은 또 꽃을 피웠다.
빠라바라밤빰.
간혹 나는 나팔꽃 옆을 지날 때면
나팔꽃이 불어댄듯한 나팔 소리의 환청을 들을 때가 있었다.
에이, 설마.
하지만 나팔꽃의 꿈이 나팔 소리라면
그 꿈은 꿈만으로도 충분히 소리없이 내 고막을 흔들 수 있다.
꿈이란 그런 것이다.
꿈은 때로 꿈만으로 현실이 된다.
산을 꿈꿀 때면
나는 간혹 집밖을 나가지도 못하고 있는데도
벌써 산의 정상에 오른 듯한 짜릿함에 온몸이 저릴 때가 있다.
그래서 꿈은 그것을 반드시 이루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때로 꿈은 꿈꾼다는 것 자체만으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나팔꽃의 꿈은
그 꿈만으로 충분히 소리없이 내 고막을 울릴 수 있다.
빠라바라밤빰.
아마 내일도 나팔꽃 옆을 지날 때면
여전히 내 귓전엔 나팔소리가 울릴 것이다.

Photo by Kim Dong Won
능동 어린이 대공원에서

14 thoughts on “나팔꽃의 꿈

  1. 도서관 다니는 길가 울타리에 이 나팔꽃이 많이 피어있길래 씨를 받았었는데
    봄에 심으려고 찾으니 어디뒀는지 생각이 안나요.ㅡㅡ;;
    다시 가을에 또 받아야겠어요.^^

    1. 어찌 그런 걸 아직까지 기억하시는지.
      제가 공부를 안해서 상상력만 늘은 것인지도…
      아님 배운 것을 드디어 다 까먹고 상상력으로 채우고 있는 것인지도…

  2. 어릴때 집마당 작은 화단에 나팔꽃이 있었는데,
    여름이면 칭칭감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희안해하곤 했었죠.
    그 옆 분꽃도 막대를 대주면 감고 올라갈까 싶어서 놓아주었는데
    분꽃은 신경도 안쓰더라구요. 히히
    나팔꽃을 보면 그 어린 시절이 생각나요~

    1. 정말… 어릴 적 화단은 나팔꽃과 분꽃이 같이 있었구,
      키작은 채송화와 맨드라미가 같이 있었네요.
      거기에 과꽃과 해바라기까지 같이 살았었다는…

      그 화단에 나무로 꽃이름 적어서 말뚝도 박아놓고,
      일년에 2번씩이나 새끼를 쑴북쑴북 잘 낳던 백구도 있었다는…

      분꽃이랑 나팔꽃은 꼭 화알짝 핀 다음날 아침에 나가보면
      화단에 붉은 나팔들이 널려있었다는…
      그러고 보니 분꽃도 나팔꽃도 나팔 모양이네요…

    2. 맞다 울집에도 해바라기 작은게 있었어요.
      참 좋아하는 꽃인데, 그때는 해바라기씨 빼먹기만 바빴다는… 히히

      바둑님 그래서 그 씨앗통후추 먹어봤어요? ㅋㅋㅋ
      난 분꽃 안의 하얀가루를 얼굴이랑 팔에다가 발랐는데…
      진짜 잠시 하얘져요. 키우던 고양이랑 강아지한테두 발라줬는데 그런 걔네들은 재채기하느라 바빴다죠. ㅋㅋ
      그 재미에 자주했던 기억이…
      바둑님한테 동물학대라고 혼나겠다. 텨 =3==33==333

    3. 하하~ 통후추~~
      넘 웃겨요.
      그 어린 나이에 후추가루가 아닌 통후추를 봤다는 얘기네요.
      전 후추는 다 가루만 있는 줄 알았다는…ㅎㅎ
      그거 모아서 혹시 음식에 넣은 건 아닐런지….ㅎㅎ

      맞다, 맞다…
      분꽃씨 속에 하얀걸 찧어서 발랐었던 옛날이 있었네요…
      그래서 그거 무지 많이 모았었다는…ㅎㅎ
      그래도 나는 우리 백구한테는 안발라줬는데…
      울 백구는 하얬거든요.ㅎㅎ

    1. 위 내용을 읽은 아는 사람들은 다 웃는다는…ㅎㅎ

      허지만 에어기타도 치는 마당에
      에어나팔은 못하겠수.

      에또 그럼 신청곡 하나.
      추가열의 나같은 건 없는건가요~

      아님 당신 좋아하는 부채도사나 무우도사나 해보시던지…ㅋㅋ

    2. 무우도사는 없고 부채도사만 있다.
      무우도사는 배추도사랑 한쌍이고 만화 주제가다.
      부채도사는 그와는 전혀 다른 노래다.
      흠흠, 그렇다면 부채도사로 어디 한번.

      실례, 실례, 하↗ 세~ 요~
      (하에서 올려야 하거든.)

      난 전에 이 노래가 있는 노래방이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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